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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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해임 건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당정 간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기재부가 국가부채 비율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 대표가 격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뒤늦게 홍 부총리 해임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보여온 '관료 혐오'가 재확인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가 2005년 국무총리로 있었을 때 일이다. 당시 정부는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2009년까지 빈곤층 지원 등에 8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당장 2006년부터 사업비 2조8000억원을 반영해야 했지만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재원 마련 방안을 찾지 못해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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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재경부, 예산처 1급들은 내가 아주 준엄하게 잡을 것이다. 괘씸하기 짝이 없다"며 "국가의 중요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장관을 해임시킬 수밖에 없다. 내가 해임건의권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관부처인 재경부와 예산처를 배제하고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이 직접 예산을 구조조정하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관료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종 부동산 대책은 청와대와 국회의원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도했다. 지난 2017년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결정됐을 때도 김동연 전 부총리는 반대했지만 당청이 밀어부쳤다.

이번 추경 편성안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내용이다. 당초 기재부는 7세 미만 아동수당 수급자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 3만원 구입 시 2만원 추가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 아무 조건 없이 '4개월 동안 월 10만원짜리 상품권 지급'을 결정했다. 이번 추경이 경제 침체를 해소할 정도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일자 기재부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해임 건의설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에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일었다"며 "혹여나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며 "기재부는 어려운 계층 지원도, 경제 살리기도, 재정 건전성과 여력도 모두 다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