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환자 상당수 '애매한 증상'으로 진단·치료 늦어져 사망위험
중국서도 나타난 문제…'독거노인·장애인' 등 취약층 대책 필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3일 600명에서 4일 516명, 5일 438명으로 3일째 내리 감소하면서 환자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환자의 증감 추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이제는 사망자를 최소화하는데 역량을 모으는 전략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자는 총 41명으로, 치명률은 0.6% 수준이다.

그러나 사망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60대 이상 고령자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70대와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각각 4.0%, 5.4%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위중' 상태 26명을 포함한 중증 이상 환자 49명이 치료 중이어서 자칫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환자증감 일희일비 말고 '사망자 최소화'에 역량 모아야"
전문가들은 노인 환자들의 치명률이 높은 이유로 고혈압, 간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 병력과 함께 코로나19의 '애매한 감염 증상'을 꼽는다.

이런 애매한 증상이 고령 환자의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째 환자(82세)다.

이 환자는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폐렴 진단을 받기 전 가슴 통증을 느껴 동네 의원 2곳을 들렀지만, 심장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최종 확진 판정까지 며칠이 더 걸렸다.

대구에서는 기저질환이 없었던 60대 여성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숨지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6일 국제학술지 '중환자의학'(Intensive Care Medicine) 최신호에 따르면, 중국 북경협화의대병원(Peking Union Medical College Hospital)·중다종합병원(Zhongda Hospital) 공동 의료진은 고령 코로나19 중환자의 큰 특징으로 호흡곤란의 사전 징후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료진은 이 논문에서 많은 중환자가 호흡 부전으로 악화하는 과정에서 저산소증 증상이 나타났지만, 노인 환자에서는 이런 저산소증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를 '침묵 저산소증'(silent hypoxemia)이라고 표현했다.

또 고령 환자들이 호흡부전으로 악화하기 전에 다른 장기에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비율도 아주 낮았다는 게 의료진의 분석이다.

그만큼 증상 악화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고령 환자의 이런 특징을 잘 관찰해야만 향후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중환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인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신체의 여러 기능이 떨어져도 이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가 적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금 고령의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특징도 그런 현상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질환에서도 노인들은 증상이 애매한 경우가 많지만, 고령의 코로나19 환자들은 유독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 폐렴이라고 볼 만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특히 노인들의 증상이 젊은 사람보다도 명확하지 않아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만으로는 조기에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스스로 병원을 찾아와 검사를 받을 기운조차 없는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의 경우 이런 문제가 생겨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의 방역상황은 교과서적인 기본 대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이를 충실히 실천해야 할 때"라며 "확진자 추세가 잡히더라도 이에 연연하기보다는 기존 확진자 중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령자 등 취약층의 사망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증감 일희일비 말고 '사망자 최소화'에 역량 모아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