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경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세종대의 경영전문대학원 최고위과정인 ‘혼창통(魂創通) 경영 아카데미’다. 2015년 개설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된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는 상경계열 17개 최고위과정에서 단숨에 7위에 올랐다.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가 평가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낸 것은 ‘현장 중심의 커리큘럼’을 꾸린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는 매년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이어지는 1년 과정을 밟으며 최소 열 차례 이상 기업 현장을 방문한다. 작년에는 카카오, 이디야커피, 패스트캠퍼스 등을 방문했다.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를 이끄는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장보다 좋은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해 업계 트렌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들을 선정해 방문한다”며 “졸업 이후에도 얼마든지 현장 견학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를 찾아 김봉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최고위과정은 매년 10회 이상 기업을 견학한다. /세종대 제공
세종대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를 찾아 김봉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최고위과정은 매년 10회 이상 기업을 견학한다. /세종대 제공
공학계열은 4차 산업혁명에 집중

세종대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를 포함해 올해 처음 평가를 받은 최고위과정은 모두 여섯 곳이다. 이들 가운데 ‘비(非)서울대’ 최고위과정은 혼창통 경영 아카데미와 연세대 공학최고위과정 두 곳뿐이다.

연세대 공학대학원 소속 공학최고위과정은 종합점수 32.14점을 받아 올해 이공계열 평가에서 3위에 올랐다. 연세대 공학최고위과정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이공계열 평가 2위와 3위를 기록한 서울대 과학기술산업융합 최고전략과정과 중앙대 글로벌건설 최고경영자(CEO)과정은 올해 각각 5위와 4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지난해 총 24주 과정의 연세대 공학최고위과정은 강의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리더십’을 설정했다. 이에 맞춰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한 특강을 수시로 열었다. 올해는 사회 변화에 맞춰 캐치프레이즈가 바뀔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연세대 공학최고위과정 관계자는 “최고위과정 수강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CEO와 고위급 임원들은 구체적인 기술 알고리즘보다 최근 이슈나 트렌드를 배우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대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강의를 진행해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소속 미래융합기술최고위과정도 연세대 공학최고위과정과 함께 올해 처음 공학계열 평가 대상에 올랐다. 서울대 미래융합기술최고위과정은 종합점수 33.72점을 받아 평가 첫해 공학계열 2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은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넓은 공학계열 스펙트럼 속에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분야에 집중하는 최고위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과 그 이후 일어날 사회적 변혁에 초점을 맞췄다.

홍성수 서울대 미래융합기술최고위과정 주임교수(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과장과 허위가 난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재 상황과 미래를 정확히 직시하는 인사이트를 심어주는 것이 미래융합기술최고위과정의 목표”라며 “2년 전엔 AI와 빅데이터, 지난해엔 블록체인에 집중했다면 올해엔 ‘디지털 포메이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트렌드 알리는 최고위과정”

법·행정계열에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소속 해양정책 최고과정이 처음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해양정책 최고과정은 종합점수 0.24점을 받아 전체 15개 법·행정계열 평가 대상 최고위과정 가운데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에 처음 개설된 서울대 해양정책 최고과정은 해양과학 및 해양환경, 해양산업, 해양정책 등 해양과 관련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강의와 토론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동안 군인, 국회의원 등 약 500명의 해양 관련 인사가 이 과정을 수료했다. 다만 서울대 관계자는 “내부 사정으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이 과정을 운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패션계열에선 서울대 식품영양산업 CEO과정(20.27점)과 서울대 식품외식산업보건 최고경영자과정(10.9점)이 나란히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속 식품영양산업 CEO과정은 전략적인 기업 경영 기법을 포함해 식품영양 관련 전문지식을 제공한다. 국내 식품영양 관련 정책과 법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식품영양산업 트렌드를 익힐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소속 식품외식산업보건 최고경영자과정은 식품 및 외식산업 관련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식품안전과 바람직한 식문화, 영양, 경영전략 수립 등의 교육을 한다. 생활과학대학 소속 식품영양산업 CEO과정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최신 외식산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만 식품외식산업보건 최고경영자 과정은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관계자는 “식품외식산업보건 최고경영자과정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이론과 방법을 연구하면서 관련 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