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난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애로를 청취하고 정부 대응책을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투톱’이 기업인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우한 폐렴’ 사태가 아니더라도 수시로 했어야 할 일이다. 중국발(發) 부품 공급망 마비로 공장들이 멈춰서고 감염 공포로 내수가 급속히 위축되는 비상사태를 맞아 동분서주하는 기업인들을 ‘특별한 대책’도 없이 자꾸 호출하는 것은 도움보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일본의 경제규제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툭하면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내 일방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이행과 협조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경직화된 노동규제 개선,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손질, 지나치게 까다로운 안전·환경 법규 보완 등 기업 사활이 걸린 간절한 호소는 외면하니 아무리 ‘소통’과 ‘논의’를 외쳐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이번에도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렇게 뛰고 있다는 ‘보여주기용’ 만남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정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의 가장 큰 애로가 무엇인지, 위축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인들의 오늘 만남이 ‘또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기업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