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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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낙관론을 더욱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그제 발표한 잠재성장률 분석결과는 정반대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2% 낮은 2.5%로 추정했다. OECD가 3년 내리 잠재성장률을 연 0.2%포인트씩 내린 사실은 ‘일본식 저성장’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노동력,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달성할 수 있는 생산량의 최대증가율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간주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낙폭은 아찔하다. 잠재성장률 ‘5년 단위 낙폭’은 2006~2010년 0.3%포인트(4.2%→3.9%), 2011~2015년 0.6%포인트(3.9%→3.3%), 2016~2020년 0.8%포인트(3.3%→2.5%)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3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근 2년간 잠재성장률 하락폭이 한국보다 큰 나라는 아일랜드와 터키 2개국뿐이다. OECD는 2010년 분석 당시, 2022년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대(2.94%)에 진입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2022년에 1%대 진입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한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긍정적 흐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팀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성장률 2.0% 턱걸이를 놓고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4년 만에 적자로 전환시킨 ‘재정 퍼붓기’로 한 해 성장률의 75%(1.5%)를 달성한 것이 자화자찬의 대상일 수는 없다. 경제가 커지면 성장잠재력은 둔화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가짜뉴스’에 가깝다. 경제가 성숙해지면 투자 부진과 자본축적 저하가 나타나지만, 적절한 정책수단을 동원한다면 잠재성장률은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 OECD에서 최근 2년간 잠재성장률이 상승한 나라가 미국 프랑스 등 18개국에 달한다.

관건은 혁신친화적으로 정책방향을 재구축하는 일이다. 한국은 노동인구 감소율이 주요국 중 가장 빨라질 나라로 손꼽히고, 생산연령인구(15~65세)도 2018년을 정점(3765만 명)으로 감소하는 만큼 노동력 투입은 한계가 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자본투자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규제 완화와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가 유일한 선택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고 2년 전 한국에 권고한 배경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총선 정국에 경제가 휩쓸리는 상황이다. 난무하는 포퓰리즘을 차단하고 “민간활력을 높이는 게 잠재성장률 제고에 중요하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우한 폐렴’ 여파로 2%로 급락할 것이란 진단이 나올 만큼 나라 안팎 사정이 엄중하다. 위기의식과 절박감을 놓친다면 경제 회복 골든타임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