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복세를 기대했던 수출을 비롯해 관광산업 등이 ‘우한 충격’에 부딪혔다. ‘우한 폐렴’ 때문에 2월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일정을 취소한 사례가 나왔다. 임직원에게 중국 출장을 금지한 일부 기업들 대응을 보면 대중(對中)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제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한때 80포인트가량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금값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국내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은 추가 감염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등 감염경로 파악과 2차 감염자 예방, 환자 치료에서 민관 공조 등 다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건·사고가 났다 하면 공무원들이 ‘유사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고 집계판이나 내거는 보여주기 행정은 지양할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이 시험대에 올랐다.

초기 대응에서는 확산방지가 급하지만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심각하게 대비해야 할 문제다. 급락한 증시와 안전자산 쏠림은 그런 걱정의 선(先)반영일 것이다. 정부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는 했다. 방역예산 208억원을 신속 집행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향후 전개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말을 보면 긴장감이 좀 떨어져 보인다. 국민에 미칠 심리적 요인 때문이었다면 내부적으로라도 좀 더 비상한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이번 전염병이 장기화하면 중국 경기 추락에 따른 수출 감소와 함께 국내 내수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재정 퍼붓기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일반 국민은 철저하게 예방수칙을 따르면 되지만, 정부가 할 일은 그 정도가 아니다. 국경이 낮아진 세계, ‘블랙 스완’ 같은 위험도 순식간에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의 대처에서 정부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고 비교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