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문학세계 재조명 활발…출판계 신간·재출간 줄잇는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문학동네) 개정판에 실린 ‘작가의 말’ 중 일부다. ‘한국문학의 어머니’ 박완서 작가(1931~2011·사진)는 전쟁과 이념, 사랑과 상처, 계층과 계급, 여성의 삶을 충실하고 진실되게 그리며 한국문학에 뚜렷한 궤적을 남긴 작가로 평가받는다. 작가의 타계 9주기(1월 22일)를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신간 및 재출간 도서가 잇따르고 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은 산문과 동화의 서문과 발문에 실린 ‘작가의 말’ 67편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소회와 집필 동기, 작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와 탈고를 마친 그 순간에 포착된 느낌에 대한 독백 등을 담아냈다. 작가는 《오만과 몽상》(1982)을 펴낼 당시 서문을 통해 젊은이들이 몽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바랐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 서문에서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박완서 문학세계 재조명 활발…출판계 신간·재출간 줄잇는다
작가의 중단편집도 새 모습으로 나왔다. 문학과지성사는 ‘문지작가선’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박 작가의 중단편선을 묶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초기작인 ‘도둑맞은 가난’(1975년)부터 ‘겨울 나들이’(1975),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1991), 골육상잔의 상흔을 담은 ‘빨갱이 바이러스’(2009년)까지 열 편을 엄선해 실었다. 소설들 속엔 ‘살아 있음이 곧 특권이자 비할 데 없는 축복’이라는 작가의 인식이 겹겹이 녹아 있다. 작가가 작품에서 주목한 ‘복원’은 비극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보다는 비극 이후에도 지속돼야 할 현재의 삶에 있다. 손유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제를 통해 “박완서 작품은 죽은 자의 비극과 생존자의 불행을 기록하고 발설하는 과정 그 자체”라며 “피로 물든 기억의 미로에서 소설들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박완서 특유의 ‘생에 대한 의지’에 있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2013년 출간된 박 작가 단편소설 전집을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MBC 아나운서 17명이 총 97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낭독해 이달부터 오는 4월까지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차례로 출시한다. 문학동네는 또 2014년 출간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새 표지를 입혀 인터넷서점 알라딘을 통해 한정판으로 재출간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