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伊명품 재고 실시간 파악…단숨에 100만명 고객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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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ERP시스템으로 명품직구 트렌드 바꾼 발란
판매 예상 데이터까지 제공
伊명품 부티크 40곳과 제휴
판매 예상 데이터까지 제공
伊명품 부티크 40곳과 제휴
콧대 높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부티크를 40곳 가까이 사로잡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이들의 무기다. 명품 부티크와 대거 제휴하며 100만 명 이상의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설립된 지 5년 남짓한 명품 판매 플랫폼 발란의 얘기다.
‘명품마니아’의 도전
발란을 설립한 최형록 대표는 명품마니아였다. 대학생 시절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의류와 잡화를 사는 걸 즐겼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국내 백화점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해외 구매대행업체를 주로 이용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었다. 정품 여부가 불분명할 뿐더러 재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구매할 당시에는 재고가 있다고 해서 결제했는데 1주일가량 지나 “품절됐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비자가 한두 명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2015년 6월 단일화된 유통 방식으로 해외 명품을 수입하는 플랫폼 모델을 구상해 지인에게 소개했다. 최 대표를 비롯해 네 명의 초기 창업자가 모였다.
처음 2년가량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제휴할 만한 이탈리아 부티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티크는 다양한 편집숍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명품 종합몰’이다. 한 부티크가 수십 개의 편집숍을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처음에 “한국 시장은 매우 큰 명품시장”이라고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쉽지 않았다. 연이은 거절에 지쳤을 무렵 ERP 시스템이 완성됐다. 부티크와 판매 플랫폼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합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판매 추세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을 소개하자마자 현지의 반응이 달라졌다. 이탈리아 부티크계의 ‘큰 손’이 최 대표에게 연락해 관심을 보였다. 최 대표는 그에게 발란의 ERP 시스템을 어필했다. 이렇게 이탈리아 부티크들과의 본격적인 제휴가 시작됐다.
‘고인 물’ 시장에 진입한 신성
발란과 제휴한 이탈리아 부티크는 40곳이다. 이들이 보유한 편집숍은 200곳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한스타일닷컴 등의 쇼핑몰과 제휴했다.
발란의 ERP 시스템은 발란과 이탈리아 부티크를 잇는 ‘허브’다. 현지 부티크에서 판매한 상품의 재고를 자체 시스템에 기록한다. 기록은 발란의 ERP 시스템에 즉각 공유되며,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발란의 상품 재고 현황도 자동으로 변경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한 제품이 품절됐다”는 안내를 들을 일이 없는 셈이다.
혹시 있을 가품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발란은 상품 설명마다 동영상을 첨부한다. 해당 상품이 어떻게 포장돼 있고, 디테일은 어떤 식이며,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영상에 나온 제품이 그대로 한국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선두 사업자가 몇몇 있었다. 그러나 모두 10년 넘은 낡은 운영 방식에 멈춰 있었다. 발란은 ‘고인 물’ 일색이던 명품 플랫폼 시장에 진입한 진정한 의미의 ‘신규 사업자’였다.
기존 명품 쇼핑몰과 다르다는 점이 소문 나면서 발란은 2030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설립 4년여 만인 지난해 월 50억원의 거래액과 월 100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 수를 달성했다. 명품 플랫폼 시장의 ‘신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며 다수 벤처캐피털(VC)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발란은 ERP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의 ERP 시스템은 부티크들에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며, 앞으로는 어떤 상품이 주로 팔릴 것으로 예측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공한다. 앞으로는 상품 이미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관련 판매 전망을 예측하는 형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최 대표는 “중고 명품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발란을 설립한 최형록 대표는 명품마니아였다. 대학생 시절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의류와 잡화를 사는 걸 즐겼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국내 백화점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해외 구매대행업체를 주로 이용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었다. 정품 여부가 불분명할 뿐더러 재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구매할 당시에는 재고가 있다고 해서 결제했는데 1주일가량 지나 “품절됐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비자가 한두 명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2015년 6월 단일화된 유통 방식으로 해외 명품을 수입하는 플랫폼 모델을 구상해 지인에게 소개했다. 최 대표를 비롯해 네 명의 초기 창업자가 모였다.
처음 2년가량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제휴할 만한 이탈리아 부티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티크는 다양한 편집숍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명품 종합몰’이다. 한 부티크가 수십 개의 편집숍을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처음에 “한국 시장은 매우 큰 명품시장”이라고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쉽지 않았다. 연이은 거절에 지쳤을 무렵 ERP 시스템이 완성됐다. 부티크와 판매 플랫폼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합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판매 추세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을 소개하자마자 현지의 반응이 달라졌다. 이탈리아 부티크계의 ‘큰 손’이 최 대표에게 연락해 관심을 보였다. 최 대표는 그에게 발란의 ERP 시스템을 어필했다. 이렇게 이탈리아 부티크들과의 본격적인 제휴가 시작됐다.
‘고인 물’ 시장에 진입한 신성
발란과 제휴한 이탈리아 부티크는 40곳이다. 이들이 보유한 편집숍은 200곳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한스타일닷컴 등의 쇼핑몰과 제휴했다.
발란의 ERP 시스템은 발란과 이탈리아 부티크를 잇는 ‘허브’다. 현지 부티크에서 판매한 상품의 재고를 자체 시스템에 기록한다. 기록은 발란의 ERP 시스템에 즉각 공유되며,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발란의 상품 재고 현황도 자동으로 변경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한 제품이 품절됐다”는 안내를 들을 일이 없는 셈이다.
혹시 있을 가품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발란은 상품 설명마다 동영상을 첨부한다. 해당 상품이 어떻게 포장돼 있고, 디테일은 어떤 식이며,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영상에 나온 제품이 그대로 한국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선두 사업자가 몇몇 있었다. 그러나 모두 10년 넘은 낡은 운영 방식에 멈춰 있었다. 발란은 ‘고인 물’ 일색이던 명품 플랫폼 시장에 진입한 진정한 의미의 ‘신규 사업자’였다.
기존 명품 쇼핑몰과 다르다는 점이 소문 나면서 발란은 2030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설립 4년여 만인 지난해 월 50억원의 거래액과 월 100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 수를 달성했다. 명품 플랫폼 시장의 ‘신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며 다수 벤처캐피털(VC)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발란은 ERP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의 ERP 시스템은 부티크들에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며, 앞으로는 어떤 상품이 주로 팔릴 것으로 예측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공한다. 앞으로는 상품 이미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관련 판매 전망을 예측하는 형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최 대표는 “중고 명품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