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100조원 클럽'의 탄생
연간 매출액 100조원은 기업들에 ‘꿈의 고지’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연 기업은 삼성전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전년보다 23% 늘어난 118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969년 창립 첫해 매출 3700만원을 올린 이후 39년 만이었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 연 매출 136조5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으로 국내 첫 ‘매출 100조-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02년에는 연 매출 201조500억원, 영업이익 29조100억원으로 ‘200조-20조원 고지’에 올랐다. 당시까지 매출 200조원을 넘은 기업은 세계적으로 13곳에 불과했다. 제조업은 도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밖에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단일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100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이 105조7904억원으로 전년보다 9.3% 늘었다. 1967년 12월 29일 창립해 다음해 매출 5억3000만원을 기록한 지 52년 만이다. 업계에선 내수만 보지 않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이 3.6% 줄었지만 단가가 높은 대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로 이를 만회했다.

SK(주)도 ‘100조원 클럽’에 2018년 가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제조업 단일기업인 데 비해 SK이노베이션 등 종속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모두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7000억원의 적자 속에서 고통스런 비용절감과 내부혁신으로 체질을 개선했고, 현대차는 SUV의 북미 진출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1조 클럽’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 중 ‘1조 클럽’에 드는 곳은 20군데가 안 된다. 최근 지속성장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기업은 1998년 4개에서 2018년 18개로 늘어났다. 이 중 ‘1조 클럽’에 들었다가 빠진 기업이 9개나 된다.

기업은 일으키기도 쉽지 않지만 잘 키우는 것 또한 어렵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는 “대기업들, 공동사업에 나서라”는 등 툭하면 간섭을 일삼는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