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려는 ‘북한 개별관광’ 문제로 비롯된 범여권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비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리스 대사 때리기’ 과정에서 인종차별 발언과 외모를 깎아내리는 공격까지 나왔다. 동맹국이 아니어도 수교국의 외교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외교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해리스 대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일제 총독’ ‘일본계’ 같은 말까지 여과 없이 나왔다. 그의 콧수염에 시비를 걸고, 그의 모친이 일본인이었다는 혈통 문제까지 언급한 것이다. 해묵은 반일(反日)정서와 연결시키려는 선동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외모 인종 혈통 민족과 관련된 비하 발언이, 그것도 공공의 영역에서 오간다면 문명국가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오래 군생활을 했던 비(非)외교관 출신인 해리스 대사가 미국 정부 우려를 우리 정부에 좀더 세련되게 전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북한 핵 폐기는 조금도 진전이 없고,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도 장기간 고착상태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내용이다. 아무런 대가도 없는 북한 개별관광은 그만큼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개별 입국이라 해도 자칫 유엔이 만장일치로 결의한 대북제재를 허무는 구멍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핵폐기 논의는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리스 대사 공격은 무분별한 북한 껴안기에 나서려는 한국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외교관에 대한 비난이나 외모·혈통을 거론하는 공격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한 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국제무대에 가면 한국과 한국인도 소수파이거나 이방인일 때가 적지 않다. 더구나 광화문 대로에서 ‘해리스 참수 퍼포먼스’가 열리고 백주에 대사관저 난입사건이 빚어졌을 때 규탄 성명이라도 제대로 낸 적이 있던가. 감정적인 미국 대사 공격은 한·미 관계뿐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