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함께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대기업은 2018년에만 세금 3조6000억원을 더 냈다. 언제나처럼 중소기업은 그때도 예외였다. 오히려 감면이 늘어나는 등 감세 혜택을 봤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등 세제 지원액(조세지출액)은 2018년 12조1644억원에서 작년 13조5191억원으로 11.1%(1조3547억원) 늘었다. 올해도 6559억원(4.9%) 증가해 조세지출액(14조1750억원)이 1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2018년 3조1747억원에서 올해 2조4164억원으로 쪼그라드는 것과 대비된다. 중소기업은 2018년 기준으로 법인세를 12조3700억원 냈다. 납세액은 같은 해 대기업 납부액(21조3400억원)의 절반 수준인데 혜택은 4~6배 많이 받은 셈이다.

중소기업에 세제 지원을 몰아주는 정부 정책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은 약자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되레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고 재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제도다. 제조업 등 48개 업종에서 중소기업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법인세를 최대 30% 깎아주는 제도다. 고용을 늘렸거나 연구개발(R&D) 비용을 많이 지출했다는 등 세금을 깎아주는 특별한 ‘이유’가 붙지 않는다.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묻지마’ 지원이어서 정책효과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번 주기 시작하면 뚝 끊기 힘들다”며 20년 넘게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 하나로만 매년 2조원 넘는 세금이 빠져나간다.

기업 규모에 따른 과도한 차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R&D 비용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기업은 투자비의 25%를 공제받지만 대기업 공제율은 0~2%에 그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에 따른 세제 지원 차별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이 유독 심하다”며 “차별적 지원이 너무 많다 보니 상당수 중소기업이 계속 혜택을 받기 위해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성장을 멈추거나 회사를 분리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