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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달력 대신 지도를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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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달력 대신 지도를 펴라"
    “나 같으면 바다로 가겠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인생을 바꾼 한마디다. 그는 고3 때 선생님의 이 말을 듣고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택했다. 졸업 후 국내 1호 참치 원양선을 타고 남태평양을 누볐다. 7년간 지구 200바퀴를 돌며 ‘눈물 젖은 달러’를 벌어 세계 최대 수산회사를 일궜다. 김 회장은 “지도를 거꾸로 봐라. 한국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고 말했다.

    ‘거꾸로 세계지도’는 1979년 호주 학자 스튜어트 맥아더가 고안했지만 이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린 사람은 김 회장이다. 그는 사옥에 ‘거꾸로 지도’를 걸어 놓고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라, 대륙을 발판 삼고 드넓은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이라며 “발상을 전환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역시 “지도를 통해 생각을 키우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제 광화문문화예술상 수상강연에서는 “한 해를 시작할 때 달력을 보는 사람보다 지도책을 펴는 사람이 미래 100년을 끌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머니, 호떡처럼 호(胡)자가 붙은 건 대륙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양복, 양말처럼 양(洋)자가 붙은 건 바다를 건너왔다”며 “그동안에는 우리가 대륙 편인지 해양 편인지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이젠 스스로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선택’과 ‘창조’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대목이 재미있다. “일 마치고 귀가한 아버지가 덥다며 문 열라고 하고 어머니는 모기 들어온다며 문 닫으라고 할 때, 문에 방충망을 설치해 모기를 막고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이 창조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창조지만, 거기에서 새로운 관점과 번영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지도를 거꾸로 보나 바로 보나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육지를 향한 교두보이자 바다로 나아가는 시발점이다. 여기에서 미래를 창조할 주역은 곧 ‘지도를 펴는 사람’이다. 졸업·입학을 앞두고 젊은이들에게 세계지도와 지구의(地球儀)를 선물해 보자. 평면지도에서 사고의 확장을 배우고 둥근 지구의에서 성찰의 깊이까지 체득하면 세계를 보는 눈이 더욱 달라질 것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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