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경쟁심화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유통기업들의 형편이 경자년(庚子年)에는 좀 풀릴까. 30일 서울 중구 명동 풍경. 사진=연합뉴스
불황 속 경쟁심화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유통기업들의 형편이 경자년(庚子年)에는 좀 풀릴까. 30일 서울 중구 명동 풍경. 사진=연합뉴스
불황 속 경쟁심화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유통기업들의 형편이 경자년(庚子年)에는 좀 풀릴까. 31일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녹록지는 않겠지만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각 유통기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유통업계 매출이 대규모 할인 행사 덕에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점,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가 12월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는 점 등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기업 26곳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7.5%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 13곳 매출은 2.4% 늘었다. 온라인 유통기업 13곳 매출은 14.8% 증가했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오프라인 유통기업 매출 개선세가 돋보였다. 백화점(3.1%), 편의점(4.6%) 매출이 늘었고, 대형마트(0.8%)도 1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보다 증가세를 나타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대형마트가 할인행사를 강화한 여파로 매출이 3.3% 감소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중에서는 온라인판매중개를 하는 오픈마켓 매출이 15.2% 늘었다. 온라인 판매를 하는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13.7% 늘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약세를 보였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태 매출이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11월 쇼핑행사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며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명절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업태 구매건수는 편의점을 뺀 전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감소해 소비 방향성은 여전히 부진하다"면서도 "단가 상승과 최소한의 건수 반등을 위한 노력에서 업태별 차별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12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약보합세를 나타냈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상회했다.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0.5포인트 내린 100.4를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8년)보다 낙관적이란 뜻이다.

세부항복별로는 생활형편전망 CSI(94)와 가계수입전망 CSI(98)가 1포인트씩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 CSI(92)와 소비지출전망 CSI(109)는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반면 현재경기판단 CSI(74)와 향후경기전망 CSI(82)는 1포인트씩 올랐다. 현재 경기와 향후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지만 아직 소비지출전망CSI 하락이 동반되고 있지는 않다"며 "소비 위축 현상이 1년 넘게 이어져온 만큼 기저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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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부진했던 소비가 내년에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유통기업의 부진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만큼 올 4분기부터는 낮은 기저로 인해 기존점포의 역신장폭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e커머스의 공격적인 외형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부진이 가속화됐지만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여파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이 온라인 시장 내 카테고리 확장을 이끌었지만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 개선 요구를 받은 점 등에 비춰 당분간 순이익 개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경기는 2017년 중순을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해 올해 하반기를 바닥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그동안 소매판매가 정부 정책과 면세점 확대에 의한 측면이 컸다면, 이제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진단했다.

음식료품 부문에서 e커머스가 오프라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영훈 연구원은 "전체 e커머스의 오프라인 침투율이 29.0%까지 확대됐지만 음식료품은 여전히 12.3% 수준에 불과해 3년 전 대비 괴리율이 커졌다"며 "식품 부문에서 유통망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오프라인 할인점 업태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주요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 시작이 지난해 4분기부터였던 만큼 낮은 기저에 따른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진 연구원은 "올해 구매단가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백화점의 경우 명품관 확장 및 리뉴얼 등에 비춰 내년 방향성이 올해와 유사하겠다"면서 "대형마트의 구조적 방향 전환 기대는 높지 않지만 기저 효과 반영과 집객을 위한 노력 등이 진행 중인 만큼 소폭 반등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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