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펀드에도 과열 징후가 있다고 판단해 규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부동산펀드로 개인 투자자금이 몰려들자 금융투자업계가 이를 이용해 무리하게 펀드 운용 및 판매 경쟁에 나서면서 부실 펀드가 양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금융당국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부동산펀드 과열 징후"…금융당국, 대체투자 '규제 칼' 빼든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부동산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 분야 건전성 강화 대책을 조만간 내놓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한 지난 5일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에서 이와 관련한 깊이있는 논의가 오갔다”며 “구체적인 방안 등은 내년 초께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선 데는 최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한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3200억원 규모 JB 호주NDIS펀드는 호주 현지 운용사가 당초 약정과 달리 다른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 원금 중 85%가량은 회수에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불확실하다.

신한금융투자 등이 4800억원어치를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은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 지난달엔 브라질 호텔에 투자하는 라탐호스피탈리티펀드 연계 DLS 상품 역시 호텔 분양사업 부진으로 이자 지급이 미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 펀드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펀드 자산의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내년 초부터 해외 부동산펀드의 상품 설계와 구조 등 적정성 점검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감원은 올 들어 이지스·코람코·KDB인프라·키움자산운용 등 4개 부동산펀드 운용사의 실태를 점검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달 초 26개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계획을 제시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이나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 비은행권이 취급하는 부동산 금융을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한데 묶어 데이터베이스(DB)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련 평가지표를 마련해 고위험·부실자산을 보유한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와 증권사 PF 등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고가 주택 대출 억제 등을 담은 ‘12·16 부동산 대책’과 맞닿아 있다”며 “부동산 투자 감소가 개발사업 위축으로 이어지면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