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수 대의원 투표서 찬성 18표, 반대 25표로 부결
강사들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인식 안타까워"
총장 투표권 요구 좌절된 부산대 강사들 "헌법소원 검토"(종합)
'강사법' 통과로 법적 교원 지위를 얻게 된 부산대 강사들이 내년 총장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부산대 강사의 총장투표권 부여 여부는 지난해 강사법 개정 이후 총장 선거 참여를 공식 요구한 첫 사례여서 다른 대학들의 관심을 모았다.

13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에 따르면 최근 강사의 총장투표권을 묻는 부산대 교수회 평의회 투표 결과 찬성 18명에 반대 25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강사 800여 명은 내년 2월 4일 열리는 부산대 총장 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다.

시간강사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법적 교원 지위를 얻게 된 부산대 강사들은 결국 교수회 반대로 총장투표권을 얻지 못한 셈이다.

강사들은 지난 10월부터 교수회에 총장투표권을 달라고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인 끝에 교수 대의원 47명으로 구성된 대학평의회 투표로 총장투표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관계자는 "전체 수업의 37%를 담당하는 시간강사가 어렵게 교원으로 인정됐지만, 기본권인 총장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수들의 비민주적인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대분회는 성명을 내고 "3년 전 고현철 교수의 희생으로 대학 민주화의 꽃인 총장직선제가 유지됐지만, 대학의 한 축인 강사는 선거에서 배제됐다"며 "이는 부산대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사들은 대학 교원(교수)만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게 돼 있는 현행 교육공무원 조항을 폐기·변경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교수가 강사의 총장 투표권을 결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공립대에서는 지난달 충남대와 한국교원대를 시작으로 내년 부산대(2월), 경상대(2월), 강원·제주대(3월), 경북대(6월), 인천대(7월)가 총장 선거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지만, 아직 강사에게 총장 투표권을 부여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부산대 총장선거는 교수 1천200여 명이 1인 1표로 투표권의 88%를 가지며 교직원·조교·학생이 나머지 12%의 투표권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부산대 강사들은 최소한 교수 투표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지분을 요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