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위원회는 느닷없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건전성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투자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대형사 간에 부동산 금융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동산PF 시장이 수년 사이 급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부실 조짐은 없었다. 오히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5년간 증권사 PF 유동화증권을 분석한 결과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은 직후였다.
번지수 잘못짚은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규제
금융위의 건전성 관리방안은 자본시장연구원 분석과 상반된다.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질적인 고려 없이 양적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런 규제가 적용되면 리스크가 낮은 대형 사업장 중심으로 부동산PF 사업을 하는 대형 증권사일수록 역차별을 받게 된다.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가 대부분 100% 미만이지만 이에 근접해 있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141%)이 유일하게 100%를 넘는다. 역설적이게도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깐깐한 리스크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선순위 부동산 PF 대출만 고집하고 있다. PF 대출 가운데 선순위 비중은 96%에 이른다. 담보인정비율(LTV)도 평균 4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장이 잘못돼 반토막 나더라도 선순위 대출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PF는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을 담보로 부동산 등의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증권사들은 시공사 신용등급이나 사업장 수익성 등을 따져 개발사업에 유동성이나 신용공여를 제공한다. 선순위의 기대수익은 연 4% 안팎이지만 대출금은 통상 PF 규모의 50%가 넘어 익스포저가 크다.

늦게 회수할 수 있는 후순위나 에쿼티는 적은 자금을 넣고 고수익을 추구하다보니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자기자본 여력이 넉넉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선호한다. 이번 금융위 대책은 공격적인 부동산 PF 사업에 나서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 같은 역설적인 규제는 ‘풍선효과’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증권사는 PF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인 반면 몇몇 중소형 증권사는 위험해 보인다”며 “PF 익스포저 규모를 중심으로 제한하면 자칫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PF 대신 적은 자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PF 사업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규제 여파로 위험 수준이 더 높은 비상장주식, 메자닌, 해외 특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부동산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양적 규제가 부동산금융에서 돈줄을 막아버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그동안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부동산시장이 잡히지 않자 엉뚱하게 부동산금융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신용이 낮은 건설회사는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를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대체재를 마련하지 않고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번지수 잘못짚은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규제
금융당국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시장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PF가 급격하게 위축되면 금융비용이 늘어 결국 아파트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급 부족을 야기해 주택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