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비용 1천100억원 추정…협의 따라 미국에 비용 청구 여부 결정
한국 부담으로 반환 미군기지 정화작업 착수…약 2년 소요
정부는 원주, 부평, 동두천 등 반환받은 미군기지 4곳에 대해 우선 우리 측 부담으로 정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기지 내 토양·지하수 오염으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장기간 방치된 사이 환경오염 비용이 더 불어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1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원주의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 사격장 등 폐쇄된 4개 미군 기지를 즉각 반환받기로 했다.

이들 4개 기지는 2010∼2011년부터 반환 절차를 밟아온 곳이다.

그간 정화 책임을 두고 한미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반환이 미뤄졌다.

이번 반환에 정부는 오염 정화 책임에 대한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4개 기지는 모두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군의 오랜 주둔 기간에 걸쳐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이 낡아 기름이 새어 나오고, 미군이 폐기물을 지속해서 소각해온 탓이다.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되어온 터라 정부가 일일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2014년∼2016년께 끝난 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4곳 모두 토양 내 유류·중금속 성분이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 알 권리 보장과 건강 보호 차원에서 2017년 결과를 공개한 부평 캠프 마켓의 경우 토양에서 다이옥신류, 유류, 중금속, 테트라클로로에틸렌,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등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특히 군수품재활용센터(DRMO)로 사용되던 한 지점에서는 다이옥신이 선진국 기준을 10배 초과한 1만347 pg-TEQ/g(피코그램·1조분의 1g)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화 책임을 둘러싼 양국 협의가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렵고, 반환 지연으로 미군 기지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환경 오염이 더 악화했다는 주민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정부는 협의 결과에 상관없이 일단 정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기지 규모, 오염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정화 작업에는 보통 2년이 걸린다.

캠프 마켓은 이미 정화 작업이 착수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지가 반환되면 국방부가 주체가 돼 바로 정화 작업에 나서게 된다"며 "비용은 우선 국가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부담으로 반환 미군기지 정화작업 착수…약 2년 소요
정부의 환경 실태 조사 결과, 기지 4곳의 정화 비용은 약 1천1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이옥신이 검출되고 면적이 넓은 캠프 마켓의 정화비용이 77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캠프 이글 20억원, 캠프 롱 200억원, 캠프 호비가 72억원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추후 정화비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협의만 지속할 뿐 미국이 과거처럼 정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까지 80개 미군기지 중 54개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한 뒤 한국에 반환됐으나 그중 미국 측이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미국 측은 해당 기지에서 지내온 미군들에게 건강상 급박한 위험이 생기지 않았다며 정화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외국에서도 주둔군이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결과를 미국이 용산기지 반환 협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용산 기지는 아직 환경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화 추정 비용이 추산되지 않았으나 서울시 조사 결과 내·외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오염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SOFA에 따르면 기지를 넘겨받는 순간 정화 책임은 우리 정부에 생기게 된다"며 "용산 기지 반환을 앞두고 정화 책임을 둘러싼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