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외국과의 거래 길이 막힌 이란이 석유 부문 의존도를 크게 낮춘 새 예산안을 내놨다.

8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날 이란 의회에 출석해 내년 3월부터 시작하는 2020회계연도 예산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새 예산안을 두고 “내년 예산은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며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저항 예산’을 짰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4845조리알로 잡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이란 정부 공식 환율로는 1153억달러(약 137조2000억원), 비공식 자유시장 환율로는 400억달러(약 47조6000억원) 규모다.

FT는 “이란 정부는 미국 제재 여파로 내년 원유 수출이 올해에 비해 약 7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루 50만 배럴가량을 거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작년 8월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기 전에는 하루 280만 배럴가량을 수출했다.

이란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각종 보조금을 줄여 석유 수입 감소분을 메울 계획이다. 세금 수입을 작년 대비 13% 올려 1950조리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휘발유 보조금 삭감에 이어 가스·전기 보조금도 삭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경제분석가는 FT에 “새 예산안을 볼 때 이란 재정은 미국 제재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재정 수입을 위해 모든 부문을 쥐어짜고 있는데, 이는 민간 기업의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