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으로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가 대폭 축소되면서 검사는 물론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형사 담당 변호사들에게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기획수사 총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대형 로펌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행정조사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자문 등을 강화하면서 선제적으로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檢 특수부 축소에…로펌 "기업 형사리스크 사전관리 집중"
전문화·협업 강조하는 로펌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반부패수사부 두 곳을 포함해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수사 부서를 올해 안에 폐지할 계획이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로펌에 ‘돈이 되는’ 대규모 기업수사가 아무래도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기업인에 대한 배임과 횡령 등 전통적인 형사리스크 대응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로펌 형사팀의 핵심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형사팀과 다른 팀의 협업 강화는 검찰개혁 이후를 준비하는 대형 로펌들의 새로운 대응책이다. 태평양은 형사와 공정거래, 포렌식 등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 조직인 ‘공정거래 위험 진단·종합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태평양은 영업비밀, 특허권 침해 등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 확보 여부가 사건의 성패를 가른다는 데 주목한다. 대검 초대 디지털 수사담당관을 지낸 정수봉 변호사를 최근 영입한 이유다. 태평양 형사팀은 대검 공판송무과장 출신으로 산업안전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이상철 변호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태평양은 광주지검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한 성영훈 변호사를 비롯해 검찰 출신의 이진한, 이경훈, 허철호, 이정호, 이승호 변호사 등이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형사팀은 준법감시와 감사업무 등을 지원하는 내부조사팀을 갖췄다. 사소한 행정법규 위반까지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의 형사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 주는 게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율촌은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김경수 변호사와 검찰에서 ‘국제형사통’ 소리를 들었던 이영상 변호사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형사팀을 보강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전문분야별로 별도 대응팀을 꾸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검사를 지낸 박근범 변호사가 영업비밀·지식재산권 침해 분야를 이끌고 있으며 증권·금융 분야 강화를 위해 최근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출신 박광배 변호사를 영입했다. 송찬엽 서창희 한정화 등 공안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노동과 선거 분야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송무명가’로 꼽히는 바른은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형사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형사팀을 형사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검사 출신 송길대 이상진 최승환 변호사 등을 얼마 전 영입했다.

개인 변호사들은 ‘기대 반 우려 반’

로펌들은 대형 형사 사건 일감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도 인력 보강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는 반응이다. 시장이 줄어들수록 ‘스타 파워’가 힘을 쓰기 때문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 변찬우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 김석재 전 서울고검 형사부장, 차맹기 전 고양지청장 등을 영입했다. 세종에는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장검사 출신 강정석 변호사가 합류한 데 이어 올해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한솥밥을 먹기로 했다. 지평도 올해에만 법원·검찰 출신 변호사 세 명을 보강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들의 조력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로펌들은 경찰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했고 세종은 내년에 3~4명의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을 계획 중이다.

개인 변호사들은 검찰이 ‘적폐사건’ 비중을 줄이고 민생사건에 신경을 많이 쓰면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면서도 대형 로펌들이 일반 사건까지 손을 대면서 일감을 빼앗아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대형 사건에 매몰되면서 일반 사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들이 늘어나면서 서초법조타운에 활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은 그동안 유명 사건을 중심으로 수임해왔지만 앞으로는 개인이나 중소형 사건까지 손을 댈 것으로 예상해 개인 변호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