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을 개편하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저마다 ‘디지털 전환’을 중요 사업전략으로 앞세워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등에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승부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을 뿌리째 바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지방은행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밀리면 끝"…지방銀, 앱 혁신 사활
지방은행 다섯 곳 모두 개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광주은행을 시작으로 경남은행, 부산은행이 내년 초 잇따라 모바일뱅킹을 개편한다. 지난 9월 말 대구은행과 이달 초 전북은행의 개편을 포함하면 5개 지방은행 모두 한 달여 간격으로 모바일뱅킹을 손보는 것이다.

공통적인 개편 방향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뒀다. 구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공인인증서 인증 방식에서 벗어나는 형태다. 대구은행은 9월 말 이용 절차를 간편하게 하면서 생활편의 서비스를 추가한 ‘IM뱅크’를 선보였다. 2015년 3월 모바일 앱 출시 이후 4년 만의 개편이다. 자산관리, 결제뿐 아니라 부동산, 의료 등 생활편의 서비스 기능도 담았다.

전북은행도 지난 7일 공인인증서 대신 패턴 등을 통해 이체할 수 있도록 모바일뱅킹을 개편했다. 광주은행은 다음달 중순 앱의 사용자환경을 대폭 바꾼다.

경남은행은 내년 1월 편리한 이체 서비스를 강점으로 하는 새로운 모바일뱅킹을 출시하기로 했다. 로그인 방식도 공인인증서에 의존하지 않고 더 빠르고 편하게 바꿀 계획이다. 향후 인공지능(AI) 기반의 모바일뱅킹을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부산은행은 내년에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정보를 종합관리할 수 있는 ‘금융비서’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식의 앱 개편에 나선다.

그동안 지방은행의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미미했다. 광주은행은 2014년부터, 전북은행은 2016년부터 모바일 앱을 운영했지만 두 곳의 가입자 수는 합쳐야 100만 명을 겨우 넘는다. 2015년 출시한 대구은행(130만 명)과 2016년 나온 부산은행, 경남은행 앱 가입자도 각각 100만 명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가 2년 새 가입자 1000만 명을 모은 데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방은행들은 모바일 인력 확보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부산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앱 분야 기획, 디자인,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잇따라 채용해 올 들어서만 15명을 충원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도 앱 개발 인력을 새로 뽑았다.

설 자리 좁아진 지방은행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990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27억원)보다 5.9% 감소했다. 전북은행 외엔 모든 지방은행의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 경기침체와 모바일 거래 활성화 등으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지 않으면 지방은행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모바일뱅킹 활성화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는 게 지방은행의 공통된 생각이다. 은행의 영업점 수 등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모바일뱅킹 설계와 보안, 편의성 등으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및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모바일뱅킹 경쟁력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며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