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 오브젝트·낯선 이웃


▲ 진보의 대안 = 로베르토 웅거 지음, 이병천·정준호 옮김.
2008년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 자유화, 유연화, 사유화, 작은 정부 등을 내세운 신자유주의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으나 '대안부재론'에 힘입어 여전히 건재하다.

이 책은 대안적 세계화와 국가적인 정책 대안 요구에 직면해 우리가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진보적인 대안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발전 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오늘날 좌파의 문제로 대안의 부재, 아이디어의 부재, 주체 부재, 위기감의 부재 등을 들면서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진보 대안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높은 수준의 국내 저축을 확보해 국민경제 자율성을 위협하는 외부적 힘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 자원을 충분히 동원, 활용하고 저축과 생산적 투자의 연결을 긴밀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개인의 역량증진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정책, 특히 재능 있고 부지런하면서도 상속받는 것이 별로 없는 청춘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타고난 재능의 어쩔 수 없는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포용적 연대와 기회를 추구하는 더 큰 비전에 능력주의를 종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밖에 생산적 자원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권 강화, 현금 이전을 넘어 동료 시민을 돌보는 보편적 책임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 재구성, 정치에서 시민참여 수준을 항구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 수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브라질 출신의 저자는 1976년 29세에 미국 하버드대 종신재직권을 받았고 브라질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에 이어 브라질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룰라 정부에서 전략기획 장관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진보주의자다.

앨피. 224쪽. 1만4천800원.
[신간] 진보의 대안·부분적인 연결들
▲ 부분적인 연결들 = 메릴린 스트래선 지음, 차은정 옮김.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이끈 것으로 평가되는 저자의 1991년 출간작 'Partial Connections'를 번역했다.

인류학에서 '종합'과 '합산'을 강조하는 서구중심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다원주의는 여전히 '전체'를 상정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의 '전체 대 부분'의 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체로 회수되지 않는 부분 그 자체를 이야기하며 이를 지칭하는 말로 생물학 용어인 '부분할(meroblast)'에서 나온 '메로그래피(merography)'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저자는 "서구의 인류학자가 자신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기술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그와 동시에 타문화에 대해 '총체적인 기술'이라고 정의해온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이제는 머릿속에 있는 '전체'의 상을 버리고 각 부분 간의 관계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큰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21세기 들어 맹활약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등이 주창한 '존재론적 전회'의 시발을 알린 책으로 재평가되면서 2004년 신판으로 재간행되는 등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 원주민 우주론 등 비서구 철학을 기틀로 삼아 인류학을 서구 형이상학으로부터 해방하고자 제시한 실천이론인 '존재론적 전회'는 이제 인류학을 넘어 사회학, 비판이론, 유물론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판에는 '식인의 형이상학'으로 유명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아마존의 샤머니즘을 연구한 카를로스 파우스토와 저자의 대담을 함께 수록했다.

오월의봄. 368쪽. 2만2천원.
[신간] 진보의 대안·부분적인 연결들
▲ 쿼드러플 오브젝트 = 그레이엄 하먼 지음, 주대중 옮김.
인간 중심주의의 맹점을 폭로하면서 그동안 철학의 중심에서 배제됐던 사물·대상·객체야말로 사유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철학이 객체를 다루는 방식은 객체의 근원적인 실재를 파고들어가는 '하부채굴(undermining)'과 객체의 성질을 한 다발로 묶어 그 성질을 곧바로 객체로 간주하는 '상부채굴(overmining)'로 분류된다면서 그 어느 것도 객체를 그 자체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제안한 '사방세계(das Geviert)'의 개념을 진전 시켜 감각 객체와 실재 객체, 감각 성질과 실재 성질이란 네 극점이 시간(감각 객체-감각 성질), 공간(실재 객체-감각 성질), 본질(실재 객체-실재 성질), 형상(감각 객체-실재 성질)이라는 긴장을 산출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4종의 객체, 즉 '쿼드러플 오브젝트'는 객체가 막연히 주관적이거나 당연히 객관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과 접촉하는 동시에 물러나는 객체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저자는 "실재 객체란 모든 객체로부터 물러난 것이지 물질적인 중핵이 아니며 불이 목화를 태우는 것처럼 객체가 서로 관계를 맺을 때 여기에 꼭 인간이나 동물이 감지하는 것과 같은 감각은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현실문화. 280쪽. 1만8천원.
[신간] 진보의 대안·부분적인 연결들
▲ 낯선 이웃 = 이재호 지음.
현역 기자인 저자가 '한국 사회의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12개 나라에서 한국에 온 난민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난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난민은 제삼 세계의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하며 외세의 억압이 극심하거나 오랫동안 전쟁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온 이들이다.

한국 난민의 다수가 무슬림이라거나 일자리를 찾아 한국의 난민이 됐다는 시각은 잘못됐음을 실제 난민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또 난민들로 인해 범죄율이 높아진다거나 이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을 각종 통계와 실제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이데아. 328쪽. 1만7천원.
[신간] 진보의 대안·부분적인 연결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