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양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시장 독점에 대응해 자체 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EU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시장을 독점하는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훨씬 엄격한 강경 노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제3국 기업들의 불공정한 경쟁에 대응하고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개발·운영하는 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이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데이터를 이용, 수집,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가이아-X’로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독일과 프랑스 정부 주도로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이아-X 프로젝트에는 지멘스, 보쉬그룹 등 독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내년 초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공개한 후 유럽 각국의 기업들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아마존과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들이 글로벌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 미국 IT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공공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은 47.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15.5%)와 중국의 알리바바(7.7%)가 뒤를 이었다. 유럽 기업은 상위 5개 중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디지털 주권을 보유하기 위해 안전하고 자체적인 유럽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독일이 보낸 서신엔 경쟁에 대한 기본 조건을 조정함으로써 유럽 경제와 산업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