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남원시 아영면 청계리 산 8의 7 일대에 조성된 ‘남원 청계리 청계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5세기 전반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31m 길이 가야계 고분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해발 770m인 시루봉의 동쪽 비탈면 끝부분에 있는 이 고분은 경사지를 L자 형태로 깎은 뒤 다시 흙을 쌓는 작업으로 평탄면을 만들고, 이후 매장시설 안치와 성토 작업을 동시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존하는 봉분을 기준으로 측정한 고분 길이는 31m, 너비는 약 20m, 높이는 5m 안팎이다. 전체적인 형태는 타원형으로 판단된다. 전용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현재까지 알려진 호남 가야 고분 중에서는 가장 크다”며 “월산리 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보다 조성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무덤 안에는 석곽(石槨·돌덧널) 3기를 T자 형태로 배치했다. 세 석곽은 길이가 약 5.5m이고, 높이는 1.5m 안팎이다. 폭은 중심이 되는 2호 석곽이 1.6m이고, 1호 석곽과 3호 석곽은 각각 1.15m와 0.7m다. 석곽에서는 폭넓은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다. 2호 석곽에서는 아라가야계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과 그릇받침, 굽다리접시, 중국 도자기 조각이 발견됐다. 1호 석곽에서는 아라가야계·대가야계 토기와 함께 ‘수즐(竪櫛)’이라고 부르는 일본 나무빗이 출토됐다.
전 연구관은 “호남 가야 고총에서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수레바퀴 장식 토기와 일본계 나무빗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라며 “운봉고원 고대 정치체제가 아라가야와 대가야, 일본과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