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일단 세 차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언급한 ‘보험용 금리 인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현재 Fed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Fed는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으면서 경기를 관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다만 ‘경기가 상당폭 악화된다면’이란 전제 아래 금리 인하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금리 인하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에 따라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Fed가 여기에 대응할 것이란 예측이다.
파월 "내린 금리수준 적절"…월가에선 "곧 추가 인하할 것"
Fed “통화정책 당분간 유지”

Fed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지난해 말까지 아홉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올초엔 ‘참을성을 갖겠다’고 선언한 뒤 동결에 들어갔다.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자 지난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통화정책 성명서에 처음 담았다. 그리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이번 회의까지 세 번 연속 금리를 내렸다.

이런 Fed가 이번에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향후 기준금리의 적절한 경로를 찾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는 무게중심을 금리 인하에서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식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현재 통화정책이 적절하며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작년부터 통화정책을 매우 큰 폭으로 조정했다”며 “시간을 두고 효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다만 “경제 전망에 실질적 재평가를 유발하는 변수가 생긴다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인하가 끝나면 인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금리 인상은 매우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돼야 한다”고 밝혀 긴축 우려를 잠재웠다. 짐 스캐퍼 에이곤자산운용 투자책임자는 “파월 의장의 말은 ‘추가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매파로의 전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주춤했으나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S&P500지수는 9.88포인트(0.33%) 오른 3046.77로 마감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는 약세로 전환했고, FOMC 발표 직후 오르던 채권 금리는 내림세로 마감했다.

월가 “추가로 내릴 수밖에 없다”

Fed의 금리 인하 결정 직전 미 상무부는 3분기 성장률(속보치)이 1.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1.6%보단 양호하게 나왔지만 지난 1분기의 3.1%나 2분기의 2.0%보다 둔화됐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이 2.9% 증가하는 등 탄탄했지만 기업투자를 나타내는 비거주용 고정 투자는 3.0% 감소해 우려를 자아냈다.

이날 Fed는 금리를 내리면서 가계 소비가 건강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위험으로 미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2%)에 못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 금융회사 중 상당수는 Fed가 조만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미약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점 등을 감안해 오는 12월 추가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경제지표가 추가 악화될 것”이라며 “Fed가 기준금리를 12월에 추가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금리 동결이 당분간 이어지며 시장 관심이 기업 실적 등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무역정책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고 실적도 계속 주가를 움직일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이제 뒤편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