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유지 촉각 속 OBS 사례도 재조명…종편 '뿌리' 비판도
뉴스·드라마·예능 골고루 선전 분위기 속 '뒤숭숭'
내년 재허가 앞두고 검찰 고발당한 MBN 향방은(종합)
내년 11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재허가를 앞둔 MBN이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며 개국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언론계에서는 수사 결과와 함께 MBN이 재허가를 받아 종편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지,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른 언론사가 진입할지 또는 다른 사업자가 채널을 승계할지에 주목한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종편 출범, 즉 종편의 '뿌리'부터 특혜와 불법으로 점철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도 늘었다.

◇ 증선위 고발에 존폐 위기…과거 비슷한 사례는
종편 사업자가 자본금 편법충당과 관련된 고의 분식회계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일은 초유의 사태다.

재허가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이 후보자 청문회 때 관련 질의를 받고 사업자 승인 취소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하면서 MBN은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방통위는 MBN의 분식회계가 증명되면 일정 기간 방송 제작 중단부터 사업자 승인 취소까지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사업 취소 결정을 한다면 선택지는 MBN을 다른 대주주가 사업을 승계하는 것과 아예 다른 채널이 새로운 경쟁을 통해 진입할 가능성 두 가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채널 진입이 가시화하면 기존에 방송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수많은 언론사 간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31일 "종편은 제작비는 적게 투자하고 최대한 이윤 확보하는 등 갖가지 혜택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시장이 새로운 사업자를 구하게 되면 사업자가 없을 거라고 전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근 종편도 경영난에 임금 하락 등 현상을 겪고 있어 예상보다는 뛰어들 언론사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는 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경인방송(ITV)과 OBS 사례도 재조명된다.

2006년 8월 창립한 경인지역 민영방송사 OBS는 ITV가 2004년 방송위원회(방통위 전신)로부터 재허가 추천이 거부되면서 경인지역 민영방송 사업권을 획득했다.

현재 ITV는 방송사업은 하지 못하고 라디오만 한다.

이후 OBS 역시 방통위로부터 수차례 재허가 보류 통보를 받고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었다.

최근 이달에도 방통위가 재허가 조건을 위반했으니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위기를 겪는다.

내년 재허가 앞두고 검찰 고발당한 MBN 향방은(종합)
◇ 종편 '기형적 탄생' 주장하는 목소리…"애초에 무리한 출범"
MBN 사태를 계기로 종편의 탄생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늘었다.

JTBC를 제외하면 보수 진영 매체로 평가받는 나머지 종편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에서 공격하는 경우도 있고, 종편과 경쟁 관계인 지상파들 비판도 최근 더 거세졌다.

MBC TV는 특히 최근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MBN 사태를 짚으며 TV조선과 채널A 역시 출범 초기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종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종편 출범을 승인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MBN의 이번 의혹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승인 당시에는 몰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종편 4사 간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JTBC는 전날 증선위의 MBN 검찰 고발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일로 승인 자체가 원천무효 될 만한 사안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애초부터 종편이 무리하게 출범했다.

긴급하게 3천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동원해야 하는 주주들이 무리한 행태를 보인 것"이라며 "사업 승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방통위도 내년까지 재승인에 의한 심사를 기다릴 게 아니라 별도 조처를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법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재승인 심사에서 대주주 책임을 정확히 묻고 그에 따라 재승인 취소를 할지 대주주 변경을 할지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재허가 앞두고 검찰 고발당한 MBN 향방은(종합)
◇ 시청률·화제성 승승장구 속 내부 충격…노조 측 "고용 유지돼야"
최근 MBN은 자체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우아한 가(家)'의 히트와 '나는 자연인이다' 등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스테디셀러 예능에 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에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까지 선전해 한껏 고무된 상황이었다.

초기 투자금이 많이 발생하는 방송 사업 특성상 사업 초반에는 한동안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최근 프로그램들 흥행으로 겨우 영업이익을 내게 된 상황에서 강력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번 고발 건으로 내부도 매우 뒤숭숭한 분위기가 됐다.

특히 재허가 승인이 안 날 경우 직원들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 관계자는 이날 "많은 직원이 이번 사태가 고용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을지 우려한다.

만에 하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업자 승인 취소나 방송 업무 중단 등 조치를 하면 이는 곧 직원들의 고용을 위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경영진 잘못으로 수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해온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동떨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서중 교수는 "지금 MBN 구성원이 다른 방식으로 주주구성을 해서 그만큼 적절한 사업계획을 한다면 별도로 사업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다만 불법을 저지른 방송사에 대해 구성원들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 어떤 기업도 제재할 수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진봉 교수는 "만약 사업 취소가 된다면 구성원 일자리 문제가 걸리므로 인수인계 방향으로 잡고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