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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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유력 인사의 자녀나 친인척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을 ‘KT 채용비리’의 책임자라고 본 만큼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의 자녀 특혜채용 관련 뇌물수수·뇌물공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기택 전 인사담당상무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이 신청했던 보석은 기각됐다.

검찰은 이들이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 등에서 김 의원 딸 등 유력인사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 12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이중 11명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지원자 일부의 명단을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지만 부정채용을 지시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청탁이 부정채용의 시발점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상하 관계가 분명한 KT에서 이 전 회장의 지위와 보고 체계를 보면 이 전 회장이 청탁을 받아 인재경영실에 관심지원자 명단을 내렸고, (관심지원자 점수가 불합격권이라는) 보고를 받은 후 합격으로 결과를 고치라고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KT가 사기업인 만큼 채용 재량권이 있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피고인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KT가 공공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임직원들은 KT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한 범위 내 채용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자의적 권한으로 부정채용을 저질렀고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성과를 기대하고 신입사원 공채에 응시한 지원자들에게 배신감과 좌절감 준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이날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전 우리은행장 채용비리 등 유사한 사건과 비교했을 때 형량이 높고, 김 의원 딸 등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 (판결이) 아쉽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 채용에 관여했다고 판단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 재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막은 대가로 자신의 딸을 KT에 특혜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김 의원 딸 채용과 관련해 서 전 사장이 한 증언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김 의원이 흰 봉투에 딸 이력서를 담아 건네줬다” “2011년 김 의원의 부탁으로 여의도에서 이 전 회장과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딸 채용청탁을 했다” 등의 증언을 했다. 이 재판부는 KT 채용비리 재판과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의 심리를 함께 맡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