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29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조기 총선을 지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조기 총선에 미온적이던 제1야당인 노동당이 지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영국에서 오는 12월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이날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내년 1월 31일까지 연기하기로 동의해 아무런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사라졌다”며 “우리는 영국이 지금껏 본 적 없는 진짜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담대하고 급진적인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오는 12월 12일 총선을 치러 민심의 심판을 받자고 제안했다. 그는 조기 총선을 통해 안정적인 보수당 의석을 확보한 뒤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28일 조기 총선 동의안을 하원에 상정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이 대거 기권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날 표결 결과 찬성 299표, 반대 70표로 동의안 통과에 필요한 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434석)를 얻는 데 실패했다.

존슨 총리는 29일 하원에 조기 총선을 위한 ‘한줄 법안(one-line bill)’을 상정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35석)과 자유민주당(19석) 등은 이미 조건부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노동당(244석)도 조기 총선에 동의함에 따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남은 문제는 조기 총선 날짜다. 존슨 총리는 12월 12일을 제안했지만 노동당은 선호 날짜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스코틀랜드국민당과 자유민주당은 12월 9일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목요일인 12일에 총선이 치러지면 겨울방학 등으로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