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일자리 문제, 소득 분배가 좋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나빠져 이런 문제가 빨리 개선되지 못해 국민들이 다 동의할 만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일자리와 소득 분배가 모두 나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탓에 그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것이었다.

일자리가 좋아지고 있다고 본 것은 9월 신규 취업자가 35만 명 늘고 고용률도 61.5%로 9월 기준으로는 23년 만의 최고를 기록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숫자 이면의 현실이다. 9월 신규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38만 명으로 이를 빼면 오히려 3만 명 줄었다. 60세 이상은 용돈 벌이용 세금 ‘알바’가 대부분이다. 경제 허리인 30대와 4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9만 명 줄었다.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것도 비경제활동인구의 급증과 경제활동인구로 볼 수 없는 15~19세 인구 급감이 가져온 착시에 불과하다.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올해 2분기 소득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5.3배로 2003년 이후 가장 악화됐다.

문 대통령이 경제 실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참모들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60세 이상 일자리가 늘어난 것에 대해 “인구구조상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경제수석은 “소득5분위 배율 개선을 위한 정책효과는 역대 최고”라며 핵심을 비켜간 이야기를 했다. 세계 경제 탓을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성장률(3.0% 전망)과 한국성장률(2.0% 전망) 간 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다. 잘못된 진단은 병을 키우고 치료 시기까지 놓치게 만든다. 경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