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개별 기록관 예산이 지난 8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문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데 대한 야당의 반박이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기록관 사용률이 80%를 넘은 만큼 국가기록원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설립할 수 있다”고 맞섰다.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행안위의 행정안전부 국감 시작 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29일 열린 ‘제37회 임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가기록원의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위한 부지매입비, 설계비 등 32억1600만원이 들어간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국무회의 의결 후 대통령 기록관 설립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사실상 백지화됐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도 했다.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국감에서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과 기록관 설립에 대해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국가기록원이) 청와대 보고도 세 번이나 했는데 대통령이 몰랐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에게 한 번도 보고가 안 됐느냐”고 묻자 이 원장은 “제가 답할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이에 대해 행안부는 별도 자료를 내고 “대통령 기록관 추진과 관련된 안건이나 세부 사업 내역이 국무회의에 오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합 기록관의 서고 사용률이 83.7%에 달해 보존시설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거들었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은 “기록원 시설 사용률이 80%를 넘어 증축을 할지, 새로 건립을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문 대통령이 원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국가기록원은 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개별 대통령기록관 증축보다 새로운 기록관을 만드는 게 예산을 더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이날 대통령 기록관 설립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 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부 현안 보고서엔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위해 오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목표로 세운 내년 초 착공과 2021년 5월 완공 계획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박 시장은 19일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행 중인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기본 설계안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사업비 1040억원을 들여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를 6차로로 줄이고, 경복궁 앞을 지나는 사직·율곡로를 없애 광장 면적을 현재 크기의 3.7배로 넓히는 사업이다. 박 시장은 대통령 선거 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박 시장이 ‘무기한 연기’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중재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만났다. 그는 “시민과의 소통과 교통 불편에 각별히 신경써 달라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며 “관계부처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서울시는 진행 중인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내용을 반영해 지난달 공고한 지구단위 도시계획 변경안을 잠정 보류하고, 지난 1월 당선작으로 선정한 기본 설계안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기본 골격인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두 광장 사이를 지나는 우회도로까지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박 시장은 일각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서울시는 지난 3년간 100여 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다”며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없는 긴 소통의 시간이었으나 여전히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토론하겠다”고 덧붙였다.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안부 및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발표한 설계안에 행안부가 소유한 정부서울청사 부지 일부를 수용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포함해 행안부의 반발을 샀다.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진영 장관도 7월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며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싸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또다시 충돌했다. 서울시가 행안부 소유인 정부서울청사 부지를 행안부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에 반영하자 행안부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행안부는 9일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 관련 협조 요청(2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1차 공문을 보낸 지 열흘 만이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우리 부는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시민 등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자로 보낸 1차 공문을 얘기한다.행안부는 “이런 협조 요청에도 서울시가 국민과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별도 절차 없이 세종로 지구단위계획변경고시 절차를 진행한 것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선행조치 없이 월대 발굴조사를 위한 임시우회도로 공사, 실시계획인가 등 추가 절차를 진행할 경우 정부서울청사 편입토지 및 시설물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서울시는 지난 8일자로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바뀐 세종로 지구단위계획에는 사직·율곡로를 없애고, 정부서울청사 뒷편을 돌아가는 우회도로가 반영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시는 (행안부와) 사전협의할 때 의견 주고받은 것을 토대로 했다”며 “우회도로는 (행안부 외청인) 경찰청 승인이 나야 하고 실시계획인가는 행안부의 토지사용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차 공문을 접수한 서울시는 이번 주 안으로 행안부와 실무협의를 갖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앞서 행안부는 1차 공문에서 “국민과 시민 공감을 얻은 이후 착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진영 행안부 장관도 지난 9일 “국민적 합의와 설득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행안부의 반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장관님과 제가 업무협약만 맺으면 될 정도로 다 정리했는데 갑자기 왜 표변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