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백화점, 블랙야크, 신세계백화점 제공
사진=롯데백화점, 블랙야크, 신세계백화점 제공
일교차가 커지면서 유통가에서 패딩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겨울철 대표 패션 아이템인 패딩은 올해 짧은 길이의 '숏패딩'이 유행의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2017년 '김밥말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롱패딩의 유행이 지난해부터 사그라든데다 올 겨울이 평년보다 덜 추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각 아웃도어·패션 브랜드들은 짧은 길이의 '숏패딩' 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 폭 넒게 활용하기 좋은데다 활동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숏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으로 번진 '뉴트로'(새로움+복고·Newtro) 유행 역시 숏패딩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고가 제품) 유행을 이끈 '노스페이스'는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티볼 숏패딩' 제품을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히트 상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상품이다. 거위털 대신 인공 충전재 '티볼'을 사용해 가격을 20만원 아래로 낮췄다.

이 밖에도 노스페이스는 숏패딩인 '눕시 다운 재킷'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비윤리적 동물 학대 행위를 하지 않은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받은 상품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기능성 다운 '썸띵 뉴 엣지 다운' 시리즈를 선보였다. 주력 제품인 리사이클 다운을 사용한 헤비형 'B엣지스톰다운재킷', 봄버형 스타일 '엣지봄버다운자켓' 등이 모두 숏 다운이다. 올해는 시리즈 전 제품에 과불화 화합물을 없앤 친환경 발수제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슬림한 실루엣과 퍼(털) 포인트를 가미한 슬림 다운 재킷 '아이너(EINEAR)'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이 '노비스' 등 명품 패딩 브랜드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상품에서도 숏패딩이 주류를 이뤘다.

롯데백화점은 노비스와 1년간 협업한 끝에 롯데백화점 단독 모델 '임스'와 '팔로마' 패딩을 선보였다. 앞면은 짧고 뒷면의 기장은 엉덩이까지 덮어주는 형태로 최근 유행하는 오버사이즈 숏패딩이다. 기존 노비스에서 판매하는 패딩의 평균가격(160만원)의 약 70%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캐나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과도 한국 한정판 패딩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스타일에 맞게 길이가 짧은 숏패딩이고 등 부분에 기존에는 없던 빅로고를 새겼다.

아울러 유통업계에서는 고가 패딩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9월부터 10월 초(7일 기준) 프리미엄 패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브랜드는 300%가 넘는 매출 신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겨울 해당 부문 매출(2018년 9월~2019년 1월)이 113% 뛰며 사상 최대 호조를 기록했지만 올해도 고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와잡화담당 상무는 "최근 몇 년간 전국을 강타한 롱패딩 열풍이 2~3년이라는 단기간에 그치자 고객들이 유행을 타지않는 프리미엄 패딩으로 다시금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패션 아이템으로 더욱 가치가 크기 때문에 한파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디어데이터 기업 TNMS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겨울이 다가오면 구입을 고려하게 되는 인기 겨울 상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위는 패딩(38.5%)으로 집계됐다.

TNMS 관계자는 "흥미로운 점은 20대부터 60대 까지 찬바람이 불면 구매가 생각되는 제품 1위가 모두 패딩이었다는 점"이라며 "올 겨울도 패딩의 열풍은 식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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