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라앉던 작년 11월, 금리 되레 올린 韓銀
“물가는 1%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에 1%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올해 1월)→“0%대에 머물러 있지만 하반기엔 1%대 초중반으로 높아질 것”(5월)→“0% 내외로 상당폭 낮아지겠지만 내년엔 1%대로 높아질 것”(7월)→“앞으로 2~3개월 동안 물가가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8월).

한국은행의 최우선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중장기 목표인 ‘상승률 2%’에 맞춰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한은이 월마다 내놓은 물가 전망을 보면 낙제점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매번 ‘조만간 오를 것’이라며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가 다음 발표 때 톤을 낮추는 일을 반복해왔다. 국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박사급 인력을 보유한 경제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분기마다 내놓는 경제 성장률 전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에 올해 성장률을 2.9%로 전망한 뒤 지금까지 다섯 번을 낮췄다. 이달 예정된 경제전망에서도 전망치를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특정 연도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여섯 번 낮추는 건 2014년, 2015년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횟수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이미 연초에 전망치를 1%대 후반~2%대 초반 수준으로 낮췄는데 한은은 줄곧 ‘하반기 회복론’을 고수하며 2%대 중반을 유지하다가 7월에서야 0.3%포인트를 한꺼번에 깎았다.

이주열 총재도 매번 현실과 괴리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이후엔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올해 예상되는 성장세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잠재성장률과 비교해볼 때도 금리 인하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는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성장률도 둔화하자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은 경기가 가라앉고 있던 지난해 11월엔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부정확한 경제 진단이 빚은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