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왼쪽) 임찬양 노을 공동대표가 경기 용인에 있는 본사에서 자사의 자동화 진단기기 마이랩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이동영(왼쪽) 임찬양 노을 공동대표가 경기 용인에 있는 본사에서 자사의 자동화 진단기기 마이랩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세계에 있는 10만 개 중소병원이 우리의 잠재 고객입니다. 마이랩이 미래 진단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동영 임찬양 노을 공동대표는 “병원의 진단검사실을 작은 프린터 크기의 자동화기기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이랩을 개발한 이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3년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대학병원에 교수로 부임했다. 거기서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 말라리아 등 감염병 진단이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고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자동화 진단 시스템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투자업계에 있던 임 대표가 함께 진단기기 사업을 하자고 제안해 2015년 창업했다.

프린터 크기로 진단검사실 구현

"AI 현미경으로 감염병 진단…글로벌 공략 본격화"
이 대표는 “마이랩은 의사들이 100년간 스탠더드로 인정한 방식으로 질병을 진단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진단검사실에서는 혈구 모양이나 크기 등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병을 진단하는 ‘형태학적 진단’이 이뤄진다. 그는 “의사에게는 현미경이 가장 중요한 진단 도구”라며 “최근 주목받는 분자진단이나 면역진단은 확진이 아니라 간편하게 진단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형태학적 진단은 혈액샘플을 염색하고 이를 말린 뒤 현미경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확인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해 숙련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상하수도 시설 등 장비를 갖춘 검사실이 있어야 한다”며 “지역 중소병원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이랩은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이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프린터 크기의 자동화기기다. 액체 기반의 혈액 염색 방식을 고체 기반으로 바꿔 진단 과정이 단순하고 상하수도 시설 등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 또 인공지능(AI)으로 염색된 혈액 영상을 분석해 15분 만에 진단이 가능하다. 운영비도 대형병원 진단 검사실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 대표는 “마이랩 하나로 인력을 최대 6명까지 대체할 수 있어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사람 대신 기기가 모든 것을 하기 때문에 오차가 매우 작다”고 했다.

말라리아 진단 시장 공략

노을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말라리아 진단 시장이다. 말라리아는 매년 100여 개국에서 5억 건의 진단이 이뤄질 정도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임 대표는 “현재 말라리아를 스크리닝하는 수준의 진단 제품은 있지만 운반 가능하면서 확진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며 “임상 데이터를 꾸준히 모아 내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 제품을 공급할 자격을 획득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랩은 위성위치추적장치(GPS) 기능이 있어 제품이 설치된 지역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임 대표는 “말라리아 환자 수, 온도, 습도, 강수량 등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해 감염병 발병 상황을 관리하거나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노을은 올해 국내와 유럽, 내년 말 미국에서 마이랩 판매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진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세계 10만 개의 중소병원이 타깃이다. 임 대표는 “대형 병원에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의 20~30%는 중소병원에서도 진단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중소병원 위주의 탈(脫)중심화한 의료 환경으로 바뀌는 데 한몫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을은 마이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 고형암 진단 등 적용 범위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2년 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