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이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이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를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까지 브렉시트 협상에 걸림돌이 됐던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으로 아일랜드에 ‘두 개의 국경’을 세우자고 2일(현지시간) EU에 제안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EU가 이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예정대로 오는 31일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겠다는 방침이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EU에 제출할 최종 제안서에는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에서 난항을 빚었던 ‘안전장치’의 대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후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 ‘하드보더(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한시적으로 EU 관세동맹·단일시장에 남겨두는 것을 뜻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인접했지만 신·구교 갈등 등으로 30여년 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피의 역사’가 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으면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이 보장됐고 유혈 분쟁도 일단락됐다. 이 때문에 양측에 물리적 국경이 다시 그어지면 아픈 역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안전장치 조항이 브렉시트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데다, 영국의 주권과 영토의 단일성을 해친다고 반대해 왔다. 반면 EU 측은 대안 없이 안전장치 조항을 폐기할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존슨 총리가 새로 마련한 대안은 북아일랜드만 2025년까지만 EU 단일시장에 남겨둔다는 내용이다. 2025년 이후엔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에 남을 지, 영국 본토처럼 탈퇴할 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앞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끌던 전임 내각이 마련한 합의안에는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모두 이행기간인 2020년 이후에도 국경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기로 돼 있다.



당사자인 북아일랜드의 민주통일당(DUP)은 존슨 총리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일랜드와 EU 회원국들은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일랜드 입장에선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기간이 2025년까지면 이후엔 사실상 섬나라로 고립돼 EU 시장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존슨 총리는 멘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내 협상안(My deal)을 EU가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노딜(No deal)”이라며 이번 협상안에 마지막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U가 존슨 총리의 최종안을 거부할 경우 31일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