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 현실 왜곡하는 '단시간 일자리' 증가
최근 통계청은 지난 8월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45만2000명 늘어, 2년 반 만에 ‘40만 명대 증가’를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여당은 일제히 그동안의 고용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과 올 8월의 고용 상황을 비교해야 한다. 이 기간 취업자 수는 45만4000명 증가했다. 이렇게 취업자가 늘었다면 고용 사정이 좋아졌어야 하는데 주변에서는 취업이 잘 안 된다고 아우성치고, 특히 청년들은 ‘고용절벽’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 취업자 통계의 괴리는 왜 발생하는가?

올 8월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는 2년 전에 비해 118만2000명 감소한 반면, 주 36시간 미만 일한 취업자는 155만 명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주 17시간 이하 일한 취업자는 52만 명 증가했고 주 18~35시간 일한 취업자는 103만 명 증가했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소위 풀타임 일자리가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파트타임 일자리로 급격하게 대체된 것이다.

통계청은 주 36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 한 명 줄고 주 9시간 일한 사람이 두 명 늘면 취업자가 한 명 증가한 것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이나 똑같이 취업자 한 명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마구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주 9시간 일한 사람과 주 36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

일자리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 9시간 일한 사람 네 명이 있어야 주 36시간 이상 일한 사람 한 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취업자를 환산하면 2017년 8월 취업자는 2401만5000명이고 올 8월 취업자는 2382만1000명으로 2년 동안 19만4000명(0.8%) 감소한 것이다. 고용률도 같은 기간 54.6%에서 53.5%로 1.1%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이렇게 환산한 취업자의 연령대별 변화를 보면(5월 기준) 20대 이하는 10만8000명(3.0%), 30~40대는 52만7000명(4.4%) 감소한 반면 50대는 6만5000명(1.1%), 60대 이상은 36만3000명(10.1%)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기간(2년) 동안 20대 취업자는 4만8000명(1.2%), 30~40대는 36만9000명(3.0%) 감소한 것으로 나오지만,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취업자는 20대 이하가 3.0%, 30~40대는 4.4% 줄었다.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고용률도 20대 이하는 0.2%포인트, 30~40대는 2.2%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가 현재의 고용 사정을 더 잘 알려주고 있을 것이다.

모든 취업자가 일하는 시간을 합산한 총노동투입량의 변화를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올 8월 전산업의 총노동투입량은 2년 전에 비해 연 17억7000만 시간(3.2%) 줄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총노동투입량이 연 8억3000만 시간(8.5%)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연 9억4000만 시간(6.6%) 줄었다. 총노동투입량이 줄고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저성장 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격차도 확대됐다. 올 2분기의 실질처분가능소득은 2년 전보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12.6%, 2분위 가구는 3.3% 줄었으며, 3분위 가구는 0.8%, 4분위 가구는 1.8%,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7.1% 늘었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5.30으로 2년 전에 비해 0.57포인트 높아져 역대 최고다.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일자리가 많아지고 소득이 올라가야 하는데 환산 취업자와 고용률이 하락했고 소득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정책 실패’의 명백한 증거다.

통계 산출과 해석은 정확해야 한다. 통계청은 실제 취업시간 통계를 사용해 환산 취업자와 총노동투입량을 발표해야 한다. 이를 보조지표로 활용하면 ‘분식’을 걷어낼 수 있으며 노동시장 현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