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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열린 한국'과 그 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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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민주·시장경제로 커온 한국
    진보란 미명의 퇴행적 행태 '충격'
    거짓 선동 맞서 앞으로 나아가야"

    이지홍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열린 한국'과 그 敵들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철학자 중 한 명인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개개인이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를 ‘열린 사회’라 정의했다. 이 범주의 반대편에 있는 종족주의와 전체주의 같은 ‘닫힌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사회인가. 온 나라를 강타한 ‘조국 사태’를 보며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닫힌 사회의 한계는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을 사회과학의 영역에 도입한 경제학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규명됐다. 일례로 ‘비교우위’의 법칙을 들 수 있다. 예컨대 두 명의 일꾼과 두 가지 작업이 있다고 하자. 한 명은 두 가지 작업 모두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이 경우 어떻게 일을 나눠 하면 좋을까. 능력 있는 한 명에게 두 가지 일을 모두 맡기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다. 정답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중 특히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나머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비교우위의 법칙은 개인 간 관계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닫힌 경제’에서 ‘열린 경제’로의 이행이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라 양국 모두 윈윈하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약소국도 강대국과 교역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 적극적인 국제 교류와 무역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경제와 폐쇄와 고립을 자처한 북한 경제의 처참한 현실이 이런 인과관계를 극명하게 입증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법치국가다. 광복 이후 70여 년은 이 같은 대의명분 아래 수천 년 동안 닫혀 있던 사회를 열린 사회로 이행시키는 과정이었다. 그 여정에서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수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반도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누리게 됐다. 이면에는 부모·선배 세대의 자발적인 선택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지금 전 세계 시민들이 현대가 만든 자동차 안에서 삼성과 LG 핸드폰으로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손흥민, 류현진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한옥과 한복의 우아함, 한식의 감칠맛 또한 유튜브를 통해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조국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개개인의 자유와 열린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에서 기득권의 사다리 걷어차기, 정보의 우위를 남용한 부동산과 주식 투자, 능력 대신 권력에 기댄 불공정한 부(富)의 축적…. 바로 이런 전형적인 닫힌 사회의 폐해, 열린 사회의 적(敵)들이, ‘진보’를 기치로 내세운 사회 리더들로부터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근본적인 존재 가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국을 둘러싼 닫힌 사회들이 온갖 횡포와 위협을 일삼고 있다. 안에서는 소위 ‘교육받은’ 자들이 진보와 개혁이란 미명 아래 이 나라를 과거(닫힌 사회)로 되돌리려 한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냉철한 고찰과 분석보다 선동적인 말과 영상에 끌리는 시대가 됐다.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금수(禽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를 넘어선 이 자랑스러운 나라는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인가. 이익단체들의 집단 이기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근거 없는 논리와 자극적인 감정에 기대 여전히 사회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는 ‘닫힌 문’들을 더 열어젖힐 수 있을 것인가. 역사는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기에 우려된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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