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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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가을 자켓·겨울 패딩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패션업체들이 분주하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유니클로에서 탈출하는 패션 수요를 잡으려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한 지난달 국내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은 전월 대비 70.1%나 급감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단일 브랜드로 1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유일한 의류 브랜드다. 때문에 이같은 양상이 국내 패션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니클로 뿐만 아니라 일본 브랜드인 데상트 무인양품 ABC마트 등의 매출도 일제히 급감했다. 이같은 수요를 잡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니클로와 같은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인 신성통상의 탑텐은 겨울용 발열 내의 '온에어' 출시 물량을 지난해보다 5배 늘렸다. 총 500만벌을 준비해 유니클로의 히트텍 수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다. 모델 역시 유니클로 전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을 기용해 눈길을 제대로 모으고 있다.

이랜드월드도 SPA 브랜드 스파오를 통해 히트텍 수요 공략에 나섰다. 스파오는 히트텍에 대항해 개발한 '웜히트'의 물량을 지난해 대비 무려 240%나 늘렸다. 웜히트는 이랜드가 개발한 소재를 사용했고, 국가 공인 섬유시험연구기관 KOTITI의 실험 결과 보온 효과가 히트텍보다 높게 나왔다. 가격은 40% 저렴하다.

경량 패딩 부문에서의 물량 확대도 주목된다. 탑텐은 경량 패딩 등 겨울 아우터 물량을 지난해 대비 30%가량 확대했다. 이달부터 시작된 '역시즌 선판매' 행사에서 아우터 신제품의 비중을 40~50%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는 전체 경량 다운 제품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53.4% 늘렸다. 경량 패딩은 119% 확대했고 경량 다운 조끼의 경우 24.8% 확대했다.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샤트렌 등 형지의 여성복 브랜드는 지난해 롱패딩만 선판매에 나섰던 데 비해 올해는 경량 다운 제품만 선판매했다. 형지 측 관계자는 "올겨울 주력 상품으로 경량 다운 제품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도 지난 12일 선판매를 시작한 경량 패딩 '올라이트다운'의 본 판매 물량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 측 관계자는 "선판매를 통한 소비자 반응, 상품 후기 등을 고려해 오는 10월 초 본 판매를 시작하면 대대적으로 물량을 늘리고 추가로 상품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유니클로의 경량 패딩을 넘어서는 국민 패딩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캐주얼 브랜드 폴햄은 올해 경량 패딩 물량을 지난해 20만장에서 40만장으로 2배 늘렸다. 폴햄은 '알래스카 에어 구스다운' 선판매 행사를 통해 롱패딩과 경량 패딩 선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의 데이즈도 이번 가을·겨울(FW) 시즌 경량 패딩 조끼 물량을 지난해 11만장에서 20만장으로 대폭 확대했다.
신성통상 탑텐 모델 배우 이나영 (좌) / 크로커다일레이디 19FW 라이트 슬림 다운베스트 (우) [사진=신성통상, 패션그룹 형지 제공]
신성통상 탑텐 모델 배우 이나영 (좌) / 크로커다일레이디 19FW 라이트 슬림 다운베스트 (우) [사진=신성통상, 패션그룹 형지 제공]
◆청바지도 'K데님' 바람

청바지도 예외는 아니다. FRJ(에프알제이)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이달 1~23일까지 전체 데님 팬츠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FRJ는 국내 패션 업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이번 가을 시즌에 한국인 체형에 맞춘 'K핏 데님'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K핏 데님은 한국인 인체 표준 정보를 활용해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청바지다.

FRJ 담당자는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으로 인해 최근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상품군과 가격 대비 높은 품질,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 역시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늘었다. 이달 내놓은 가을·겨울 컬렉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 여파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른바 '유니클로 대기수요'가 국내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려면 디자인이나 품질 대한 매력 혹은 눈에 띄는 가격 경쟁력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 업체들의 매출 증가는 반짝 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