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흰코뿔소의 인공 번식 가능성이 열렸다.
26일(현지시간) AP·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한 동물복제업체 연구진이 전날 북부 흰코뿔소의 인공 수정에 성공했다.
지난주 케냐에서 서식하는 암컷으로부터 10개의 난자를 확보한 연구진은 죽은 수컷의 냉동 정자를 활용해 인공 수정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7개의 난자에서 착상이 이뤄졌다.
연구 책임자인 체사레 갈리는 "착상 성공률이 꽤 높아 연구진도 놀랐다"고 dpa 통신에 말했다.
정자의 주인공은 야생에서 존재한 마지막 북부 흰코뿔소 수컷으로 알려졌다.
45년간 수단에서 서식하다가 작년 3월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로 안락사됐다.
사실상 종(種)의 절멸 위기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이 솟아난 것이다.
다만, 이 수정란이 배아로 발전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여기에는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배아가 생성되면 냉동시킨 뒤 같은 종의 '대리모'에 이식될 예정이다.
난자를 제공한 암컷들은 건강 문제로 새끼를 갖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최소 5마리의 북부 흰코뿔소를 탄생 시켜 아프리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수십 년이 걸릴 장기 프로젝트다.
연구진은 "북부 흰코뿔소의 미래는 오로지 인공 복제 기술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공 수정 작업은 수년간의 연구와 기금 모금을 통해 성사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르면 내달 초 배아 형성의 성공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코뿔소는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지난 수십 년 간 밀렵꾼들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코뿔소의 뿔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밀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