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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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돼지고기와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가파르게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29개 성(省) 정부는 가격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정부는 1인당 살 수 있는 돼지고기 양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의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당 30.79위안(약 5230원)으로 전달보다 26% 올랐습니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해 시장 예상치(2.7%)를 웃돌았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은 CPI 비중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반면 올해 상반기 돼지고기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한 2470만t에 그쳤습니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수입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26.3% 늘어난 81만8703t에 집계됐습니다. 한 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5700만t정도인데 현재 2000만t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돼지고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중국 당국엔 비상이 걸렸는데요. 돼지고기가 중국인의 식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입니다. 2017년 중국인 1명의 연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은 38.6㎏에 달했는데요.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가량을 중국인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방정부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후베이성과 안후이성 등 29개 성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돼지고기 구매 때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요. 푸센성은 매달 20위안에서 31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방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보조금은 20억위안(약 34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1인당 돼지고기 구매 상한을 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돼지고기 수요가 폭증할 것을 대비해 푸젠성의 푸톈시는 다음달 6일부터 신분증을 갖고 와야 돼지고기를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1인당 구입량도 2㎏으로 제한할 방침입니다. 샤먼시는 1인당 2.5kg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밍시시에선 돼지고기를 살코기와 갈비 등 품종별로 나눠 1인당 두 개 품종, 한 품종당 1㎏만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중국 당국은 또 돼지 사육 농가에 대한 규제 철폐 등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무원은 최근 양돈 농가의 사육 두수 제한을 없애 돼지고기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농가를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농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저장은 오는 12월31일까지 새로 돼지를 키우면 한 마리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원책에도 돼지고기 가격을 잡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톈야슝 중신건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돈 농가들의 신규 사육시설 구축 및 정비 작업에는 대략 반 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현재 구축 중인 사육시설은 내년에야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탕젠웨이 교통은행의 애널리스트는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주는 번식용 암퇘지의 사육 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 CPI 지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