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지 1호 연구원 출신…4천여 연구원 이끌며 각종 프로젝트 총괄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에는 흥미로운 기능이 탑재됐다.

동영상 촬영 때 화면 속 공간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증강현실(AR) 두들' 기능이다.

S펜으로 사람 얼굴에 수염을 그려놓으면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이 수염이 함께 따라다니는 식이다.

이 AR 두들의 핵심 기능을 개발한 곳이 인도 남부 삼성전자 벵갈루루 연구소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 인력만 4천여명으로 삼성전자의 35개 해외 연구소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연구소는 인도 연구개발(R&D)계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는 디페시 샤(50) 소장이 이끌고 있다.

벵갈루루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 2016년 벵갈루루 연구소장에 이어 2017년 전무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인도 현지 첫 연구원으로 채용된 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벵갈루루 연구소를 세운 뒤 굴지의 R&D 센터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 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벵갈루루 연구소의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곳에서는 다른 연구소에서 경험할 수 없는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프로젝트 등을 선도하기에 인재들이 많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내 톱클래스 대학은 60개 정도인데 우리 연구원의 65%가 그런 명문대 출신"이라며 "삼성전자 벵갈루루 연구소는 소비자의 삶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샤 소장은 "R&D 혁신은 소비자의 니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판매, 디자인, 제품 기획, R&D, 품질 관리 등 여러 분야의 관계자가 매달 직접 모여 소비자의 니드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면 착신이 금지된 채 자동으로 운전 중임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S-바이크 모드'가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고 샤 소장은 설명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에게 끊임없이 전화해 귀가 시간을 물어보는 인도 가족문화를 관찰한 끝에 운전자의 안전과 가족의 염려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마련한 것이다.

또 샤 소장은 "인도 저소득층은 데이터를 아끼기 위해 데이터 설정을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며 "이들을 위해 최대 50%까지 데이터를 절약해주는 기능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 중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출시되는 모바일 등 전자제품에도 적용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선진 기술을 재빨리 도입해 이윤을 창출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 최고 기술 업체로 성장한 결과, 소개되지 않은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업계를 선도(first mover)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샤 소장은 "삼성전자는 애플 등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5세대 이동통신(5G) 등 네트워크, 어두운 조명 관련 카메라 성능, TV와 모바일을 연결하는 등의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분야는 앞으로 글로벌 R&D 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 소장은 연구소의 향후 과제와 관련해 "글로벌 차원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특히 인도 현지인을 위한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 관련 기술을 지속 개발해 나가는 게 화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