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인접한 광둥성 선전에 집결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홍콩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14일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중국 동부전구 육군은 자체 위챗 계정 ‘인민전선’을 통해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홍콩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육군은 선전만 부근 춘젠체육관에 군용 도색을 한 차량이 대거 대기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으며 홍콩공항에서 5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위협했다. 또 홍콩특구기본법을 인용하며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동란이 일어나면 중국 중앙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일(현지시간) 홍콩 시위와 관련해 “우리 정보기관이 중국 정부가 홍콩과의 접경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알려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일각에선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로 중국의 홍콩 사태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3일 뉴욕에서 깜짝 회동했다. 이들의 만남은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 등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홍콩 시위가 격화하자 미국 해군 군함 2척의 홍콩 입항을 거부했다. 미 해군 태평양함대는 상륙수송함 그린베이가 오는 17일에,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이리가 9월에 홍콩에 입항하겠다고 각각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시위로 홍콩국제공항 운영은 사흘째 파행을 빚었다. 14일 오전부터 항공편 운항은 재개됐지만 홍콩 당국은 시위대가 다시 공항 시설을 점거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