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회의서 '홍콩 무력진압' 여부 결정될 듯
中외교부 "미국이 홍콩 문제 부채질…폭력 부추겨"
中정부, 명분 쌓기…북한·파키스탄의 지지 적극 홍보
中, 홍콩시위 격화에 '무력 투입' 검토…미국 등 서방은 경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중국 정부가 본토의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 사태를 홍콩 경찰력만으로 진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홍콩 사태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위상과 중국 지도부의 입지를 갈수록 좁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미국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시위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향후 본토의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 사태가 갈수록 커지자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국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는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여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개막한 베이다이허 회의는 이번 주말께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또는 내주에 중국 인민해방군 또는 본토 무장경찰 투입을 통한 대규모 진압작전이 전개될지 아니면 홍콩 경찰력 활용과 시위 자제 호소라는 기존 방식이 강화될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 사태 격화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 지도부의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을 경우 홍콩 사태 또한 중앙 정부에 의한 무력 진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中, 홍콩시위 격화에 '무력 투입' 검토…미국 등 서방은 경고
이는 최근 중국 정부의 홍콩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점점 강경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양광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도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둔 중국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는 지난 10일 무장 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무장 경찰 부대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홍콩 시위 사태 악화의 배경에 외세의 개입이 있고, 그 핵심에 미국이 있다고 지목하면서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 명분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에서 '색깔 혁명'(2000년대 초반 구소련 국가와 발칸반도 등지에서 일어난 정권교체 혁명)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해 멋대로 지껄이고 흑백을 전도하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 정부와 외교관이 반중·반홍콩 분자와 만나고 중국 중앙 정부를 이유 없이 비난하며 폭력을 부추겨 홍콩의 번영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사실로 미국은 홍콩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中, 홍콩시위 격화에 '무력 투입' 검토…미국 등 서방은 경고
중국의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 투입을 강력히 우려하며 중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

미 상원을 이끄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경고성 발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고위 관리도 홍콩의 자치권 존중과 정치적 표현·집회의 자유를 강조하는 등 중국 압박에 가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홍콩 시위 상황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북한과 파키스탄이 홍콩 문제 처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등 중국 또한 대외적으로 명분 쌓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