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자문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외국 일감을 따내려면 세계 각국 로펌과의 유대가 중요한데 IBA 서울 총회는 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라고 봅니다.”(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

다음달 22일부터 6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를 앞두고 국내 대형 로펌들이 지구촌 변호사 맞이에 공을 들이고 있다. IBA 연차총회는 세계에서 6000여 명의 변호사가 모이는 국제행사다. 글로벌 법률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벤트여서 ‘변호사들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로펌들은 특별팀까지 꾸려가며 부대 행사를 기획하고, 각종 세션에 발표자나 패널로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해외 로펌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경쟁력을 부각하려는 작업이다. 어느 로펌이든 해외 사건을 수임할 때는 현지 로펌의 소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가 9월 22~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작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BA 총회에서 세계 각국 변호사들이 개회식 연설을 듣고 있다.  /IBA  제공
‘변호사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가 9월 22~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작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BA 총회에서 세계 각국 변호사들이 개회식 연설을 듣고 있다. /IBA 제공
세션 발표자로 에이스 변호사 총출동

이번 총회에서는 법률산업과 인권 등 다양한 주제로 200여 개 세션이 열린다. 세계 법조인 앞에 발표자나 패널로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력 있는 변호사’라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로펌들은 저마다 ‘에이스 변호사’를 세션의 발표자와 패널로 내세워 자사의 내공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변호사들은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평소보다 많이 마이크를 잡을 전망이다.

김앤장에서는 20여 명의 변호사가 각종 세션에 참여한다. 북한 인권 관련 세션에서 패널로 나서는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에선 국제중재 분야 ‘간판 스타’ 김갑유 대표변호사가 2개 세션에 참여한다. 김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태평양에서는 20여 개 세션 참여를 준비 중이다. 광장에서도 10여 명의 변호사가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행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정환 변호사는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발표한다.

율촌에서는 전·현직 대표변호사들이 나선다. 우창록, 윤세리 명예 대표변호사와 윤희웅 대표변호사 등이 ‘로펌의 미래’ 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들을 포함해 율촌에서는 손도일 변호사 등 변호사 15명이 세션에 참여한다. 세종에서도 현재까지 김두식 대표변호사 등 9명이 발표자로 확정됐다. 화우에서는 이숭기 변호사 등 4명이, 바른에서는 김유 미국변호사 등 2명이 나선다. 지평에서도 김진희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는다.

네트워킹 이벤트 준비에 몰두

로펌들은 리셉션, 미팅 등 다양한 네트워킹 이벤트 등을 마련하는 데도 분주하다. 행사장인 코엑스 인근에 자리잡은 로펌들은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코엑스 바로 옆 건물인 파르나스타워에 사무실이 있는 율촌은 39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대형 리셉션을 연다. 인근 맥주집을 빌려 네트워킹 파티도 진행한다. 두 행사를 합쳐 1500명 이상의 해외 로펌 관계자를 접촉한다는 계획이다. 화우도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서 500명이 참석하는 대형 리셉션을 연다. 화우는 해외 법률매체들과 공동 세미나도 함께 진행한다. 사옥이 코엑스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바른도 사무실에 손님들을 초청한다.

김앤장은 사무실이 코엑스에서 다소 먼 광화문 근처에 있지만 김앤장 변호사들의 일터를 방문하고 싶어 하는 해외 참가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이들을 초청해 강북 곳곳에 있는 서울의 여러 유적지를 소개하기로 했다. 태평양은 롯데월드타워에서 5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리셉션을 열고, 해외 각국 변호사와 100회 이상의 개별 미팅도 할 예정이다. 지평도 여러 리셉션과 더불어 한 해외 로펌과 공동으로 오만 대사관에서 중동 비즈니스 세미나를 개최한다.

광장은 행사 기간에 코엑스 인근에 120석 규모의 카페를 빌려 광장의 영문명인 ‘리앤코(Lee&Ko) 카페’를 연다. 하루에도 20~30개씩 리셉션이 열려 해외 변호사들이 하나의 리셉션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만큼 일회성 리셉션 행사보다 카페를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참가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까지 800여 명이 리앤코 카페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했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