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대형 은행의 달러화 예금 계좌에서 이달 들어 5일 새 약 1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자 고점에서 외화를 처분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자산가들의 달러 선호 현상이 주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쌀 때 팔자"…달러화예금 5일새 1.5兆 급감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365억3240만달러(약 4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377억5177만달러에서 12억1936만달러(약 1조480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상승 조짐을 보이자 달러를 고점에서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예금에 보관하고 있던 달러로 해외 거래처 대금을 내는 기업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만 해도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 변동성이 워낙 큰 데다 주식·부동산시장도 침체돼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5~6월에는 한 달 만에 29억1835만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지난 5월 말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348억4200만달러(약 42조3000억원)에서 6월 말 377억6036만달러(약 45조8500억원)까지 불어났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상반기까지는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아직까지 문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워낙 환율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예전보다는 확실히 매수세가 주춤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말 달러당 1155원50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급등해 1200원을 훌쩍 넘어섰다.

당분간은 달러를 처분하려는 매도세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달러 가격이 너무 단기간에 올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예금 자체의 이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빠져나간 자금이 어디로 갈지도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