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설치된 ‘노 재팬’(No Japan) 배너기를 일본 방송이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설치된 ‘노 재팬’(No Japan) 배너기를 일본 방송이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인 환영!’(ようこそ JAPAN!)

한·일 경제전쟁이 한창인데 뜬금없이 ‘일본인 환영’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산 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에 여행가지 않는다는 불매운동과는 다른 기류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일본인을 환영합시다’란 글이 퍼지고 있지요. 한 온라인 카페엔 ‘일본인들 관광 오면 환영합시다’란 글이 올랐고 “한국이 좋아서 찾는 일본인들은 친한파다. 이럴 때일수록 더 친절하게 맞아 한국편으로 만들자” 등 댓글이 수십 개 붙었습니다.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과 일본 정치인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한일 분쟁에서 더 많은 우군(友軍)을 확보해야 한다는 걸 시민들이 먼저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기류를 촉발한 건 반일(反日)을 촉구해온 국내 한 정치인입니다. 서울 중구청은 어제 명동 등 시내 22개로에 ‘노 재팬’(No Japan) 깃발 1100개를 설치했다가 반나절 만에 모두 철거했지요.

작년 7월 당선된 서양호 중구청장은 당초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중구에서 일본의 부당함과 함께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깃발을 내걸었지요. 그러자 “불매운동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왜 국제사회에 정부가 조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나” “한국이 좋아 한국을 찾는 일본인을 적대적으로 만들면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란 소리냐” 등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중구청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코너엔 중구청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몇 시간만에 200개 넘게 달렸습니다. 평소엔 한 달에 4~5개 달리는 게 고작이었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구청 노 재팬 배너 설치를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만에 약 2만명이 ‘동의’했습니다.

일부 시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국 제품의 불매를 주도하면 국제무역기구(WTO) 최혜국 대우조항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일본인 관광 환영’ 캠페인을 벌이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덕적 우위를 보여줄 계기란 겁니다.

일반 시민들이 일부 정치인의 행태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