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웅진식품 제공
사진=웅진식품 제공
어린시절 여름날의 추억에는 보리차가 빠지지 않는다. 더위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끓인 고소한 맛의 보리차로 갈증을 달랬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투명한 갈색의 보리차는 오렌지 주스 유리병에 담겨 송골송골 구슬땀을 흘리곤 했다.

이 같이 집에서 마시던 보리차를 뚜껑만 열면 어디서나 마실 수 있게 한 첫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다. 2000년 4월 출시 후 꾸준히 보리차 시장 점유율 1위로 왕좌를 지키고 있다.

◆ '원조' 하늘보리, 20년 가까이 '부동의 1위'

[틈새강자]보리차 시장 개척자 '하늘보리', 1위 왕좌 지켜낼까
웅진식품은 한국인의 마실거리 중 가장 대중적인 보리를 택해 RTD 보리차 시장을 열었다. 하늘보리는 '어머니가 끓여주던 보리차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집에서 끓여 먹던 보리차를 용기에 담아 상품화했다는 점에서 초기 시장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보리차음료 시장은 본격적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생수와 정수기가 확산되면서 물을 끓여 먹는 사람이 줄었고, 전통적인 음료를 찾는 손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6년 100억원 수준에 그쳤던 보리차음료 시장은 지난해 500억원대로 5배로 커졌다.

1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보리차 시장 매출은 5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성장했다. 헛개차·옥수수수염차 등 다른 차음료 시장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성장일로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보리차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542억원을 기록했다.

웅진식품은 국내산 보리만을 사용한 '무당·무카페인·무칼로리' 음료로 웰빙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리가 열을 내려주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평소에 열이 많은 사람에 좋다는 점을 피력했다. 보리에는 베타카로틴 성분과 비타민,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최근에는 상품 다변화와 2030 소비자층 공략을 위해 감성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2015년에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어린이 보리차 음료 '유기농하늘보리'를 선보였다. 또한 같은해부터 매년 하늘보리의 제품 라벨에 열두 가지의 메시지를 담은 '열두보리'를 출시했다. 올해 2019 열두보리에는 인기 웹툰 작가 '빨강머리N'과 협업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올해 6월 기준 하늘보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며 "보리차에 대한 선호도와 갈증 해소 등의 속성에 힘입어 음료 성수기인 7, 8월을 맞아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사 공세 속 지킨 보리차시장 1위…'블랙보리'가 왔다

하늘보리는 보리차음료 시장에서 꾸준히 70% 안팎의 점유율로 1위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타사에서 꾸준히 다양한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공세를 펼쳤지만 원조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약 20년간 많은 경쟁사가 보리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서식품이 '보리수'에 이어 '맑은 티엔 보리차'로 시장 문을 두드렸고, 롯데칠성도 '오늘의 차-황금보리'로 꾸준히 차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CJ헬스케어도 '새싹보리차'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늘보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식음료 시장에서는 2017년 12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에 주목하고 있다. 웅진식품 재직 당시 하늘보리를 만든 조운호 대표가 하이트진로음료로 자리를 옮긴 후 선보인 첫 작품이다. 블랙보리는 출시 첫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려 보리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검은색 음료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속설을 날린 성과다. 블랙보리는 출시 후 18개월간 누적판매량이 6200만병을 돌파한 상태다.

새로운 도전자를 맞은 하늘보리가 다시한번 수성전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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