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그의 손 - 정희성(1945~)
사람들은 그의 손이 너무 거칠다고 말한다

손끝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아온 손이 저 홀로 곱고 아름답지 아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아름답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기름때 묻고 흙 묻은 손이다

시는 어떤가

시집 《흰 밤에 꿈꾸다》(창비) 中

오래전 농부의 흙 묻은 손을 만져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손은 부드럽다기보다는 거칠고 딱딱하고 흙빛이었지만,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견주어 봤을 때 부족함 없는 아름다운 손이었습니다. 결코 무능한 손이거나 부끄러운 손이 아닌 것이, 그의 손에는 그가 막 수확한 감자 한 알이 쥐여 있었기 때문이었죠. 무언가를 심고 수확하고 이웃과 나누는 손의 아름다움! 열매를 키운 손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 시 또한 그러해야 할 텐데요. 세상에서 나는 부끄럽지 않은 손을 가졌는지,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될 때가 있습니다.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