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8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0.25%포인트 인하)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2%로 크게 낮췄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한은이 ‘7월 동결, 8월 인하’ 예상을 깨고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연이어 하향 조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말해주듯 우리 경제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생산·투자·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8개월째 감소세다. 간판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겹쳤다.

한은의 선택은 이런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한은도 잘 알고 있다시피 ‘양날의 검’이다. 자본 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투기심리 자극, 가계부채 증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인 미국 기준금리보다 최고 1.0%포인트 낮은 상태다.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되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 효과를 높이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구조개혁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은 포퓰리즘 기조의 확장 재정에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저금리 돈풀기가 함께 추진되는 것이다. 구조개혁이 빠진 재정 살포는 경제 기반을 더 망가뜨릴 뿐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대외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경기순환적 요인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요인과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고용과 투자, 소비 등이 동반 위축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가 높아 경제활동을 꺼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급능력과 생산성을 크게 앞서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 유연성을 찾아보기 힘든 고용시장의 모순 등이 겹친 결과다.

현장 상황을 도외시한 ‘걸면 걸리는’ 모호한 과잉 법규는 기업 활동을 불확실성을 넘어 불안과 공포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을 언제 어떤 기준에 걸려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고 있다.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는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핵심 소재 R&D 의지를 꺾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고용과 투자의 원천인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하고, ‘산업의 새 살’인 스타 벤처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겠는가.

‘규제 혁파’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외치고 있는 정부는 경제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어떤 정책들이 이를 실천하는 방법인지를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친(親)노동이자 친기업’임을 자임해 온 만큼 적극적으로 기업애로 해결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의 ‘친노동 일변도’ 인식을 불식시켜 기업들의 경영 의욕을 북돋워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정부 경제정책을 믿고, 더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주기 바란다”는 대통령 당부도 자연스럽게 화답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