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국정현안에 머리를 맞댔다. 난맥상으로 빠져드는 국정해법을 두고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회동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핵심 의제인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 한목소리로 부당성을 비판한 점은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일 협상 입지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당면한 경제 어려움의 전부인 것처럼 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이라는 외부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위기 징후들이 뚜렷하다. 기업이익과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고, 고용시장 바깥으로 쫓겨나는 사회적 약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양극화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봉합된다고 해서 이런 일들이 저절로 해소될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실패가 분명해진 ‘소득주도 성장’과 구호만 남은 혁신성장을 재점검하는 전기로 만들어나가는 후속작업이 절실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회동에서 꺼낸 ‘정책 대전환’은 정파를 떠나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주제라고 할 것이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현안 중 국회에서 막혀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최저임금 차등화, 주휴수당 폐지 등은 이익집단의 실력행사와 각 정당들의 당리당략에 얽혀 경제의 목줄을 죄고 있다. 내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주52시간제 보완대책 마련도 한시가 급하다.

청와대 회동은 대체로 ‘뒤끝’이 좋지 않았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에 합의했지만 흐지부지된 게 1년도 안 된 일이다. 이번 회동마저 그 전철을 반복한다면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골든 타임’은 부질없이 지나가고 말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여야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