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내에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도심과 서울시 근교를 잇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곳곳에 설치해 직장인들이 교통 정체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1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차 없는 거리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에서 보고타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1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차 없는 거리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에서 보고타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영등포에서 시청역까지 자전거로 30분”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자전거 하이웨이(CRT)’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CRT는 ‘간선 급행 자전거 체계(Cycle Rapid Transit)’라는 의미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 자전거 간선망이 한강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이었다면 앞으로는 남북축을 더해 막힘 없는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겠다”며 “30분이면 영등포에서 시청역까지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중앙차로 위에 기존 버스와 차량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자전거 하이웨이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항구 위 공간, 열차 지상역사 상부 공간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한 덴마크 코펜하겐과 영국 런던처럼 ‘서울형 CRT’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제시한 CRT는 차도와 보행로 사이에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한 ‘보도형’, 공중에 신설되는 ‘튜브형’ 등 다양한 형태다. 튜브형은 한강 다리와 서울로7017 등 교량 하부 또는 측면에 자전거가 다니는 튜브를 설치하는 것이다. 도로 중앙에 녹지와 함께 조성되는 ‘그린카펫형’과 버스중앙차로 위 공중에 설치하는 ‘캐노피형’도 있다.

서울시는 한강 다리에 관광용 자전거 도로망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식물원과 하늘공원 사이의 가양대교, 여의도공원과 용산가족공원을 잇는 원효대교, 압구정로데오거리와 서울숲을 연결하는 영동대교 등이 해당한다. 문정과 마곡, 항동, 위례, 고덕강일 등 5개 도시개발지구에는 총 72㎞ 길이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로 조성하기로 했다. 차 없는 거리도 대폭 늘린다. 보행자가 많은 이태원 관광특구, 남대문 전통시장,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잠수교와 광진교 등 한강 다리를 정기적으로 ‘차 없는 다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원순 "도심~근교 잇는 '자전거 고속도로' 만들겠다"
경사로 많고 기온차 큰 점은 걸림돌

이번 구상은 한양도성~여의도~강남을 자전거 도로로 잇겠다는 서울시의 기존 계획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한양도성~여의도~강남에 걸친 70㎞ 구간에 자전거 간선망을 2022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퍼스널 모빌리티도 자전거 간선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3월 퍼스널 모빌리티도 자전거길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퍼스널 모빌리티의 교통 수요를 CRT가 흡수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형 CRT의 걸림돌로 연중 기온차와 많은 경사로 등을 들고 있다. 총 120㎞의 자전거길을 운영하는 보고타는 연중 기온이 7~19도를 오간다. 지상역사 위에 자전거길을 조성하는 런던은 4~23도로 서울에 비해 덜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자전거 간선망만 깔면 이용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연중 기온차나 경사로 등 과거에 여러 차례 자전거 전용도로 구상이 실패한 원인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