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혁신과 정보보호’ 세미나를 열고 금융보안에 기여한 기업들을 표창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고정현 우리은행 상무(첫 번째), 곽병주 신한금융투자 정보보호본부장(세 번째), 전성학 현대카드 상무(네 번째)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금융회사 만족도 평가가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소비자의 권리를 알려줄 의무도 강화된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방향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다음달까지 사전 예고를 거쳐 9월 이후 시행할 예정이다.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때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만족도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장애인·고령층 등 취약계층 보호,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 등 판매행위 원칙 준수, 광고, 직원의 전문성·친절도 등을 소비자들이 직접 평가하게 된다. 지금까진 금융사 평가가 민원이나 소송건수 위주로 이뤄져 소비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아울러 은행은 대출 등 거래조건 변경,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심사·보상 관련 업무, 증권사는 거래결과 보고서, 신용카드사는 부가서비스 변경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수시·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의무화한다.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조직에도 힘이 실린다. 소비자 보호 정책과 제도 개선 등을 맡는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맡도록 했다. 은행·증권·보험사는 자산 10조원 이상, 카드사·저축은행은 자산 5조원 이상이면 독립적인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를 선임해야 한다. 중대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발견되면 CCO가 조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디지털 금융 혁신은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지급결제·플랫폼·보안 분야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최 위원장은 10일 ‘정보보호의 날’에 맞춰 열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초청 강연에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해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최 위원장은 금융 규제 샌드박스 등 핀테크(금융기술) 혁신을 그간 디지털 금융 혁신의 성과로 꼽고,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사이버 위협, 신종 금융사기, 계층 간 불균형 등 리스크(위험) 요인들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혁신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혁신 기반을 이루는 두 가지 가치는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는 철저한 금융 보안과 함께 자금세탁방지(AML)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업종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에 대응하는 규제·감독 혁신 등을 통해 금융 안정 가치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부의 정책 기조인 ‘포용적 금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용적 금융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금융 분야 개인정보 보호를 더 내실화하겠다”며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방지 대응체계도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혁신 사업자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은 ‘디지털 혁신과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의 역할’ 주제 발표에서 “2016년 2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사이버 사고로 인해 거액의 피해를 봤다”며 “사이버 공격이 국제화한 만큼 국가 차원의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는 최고의 보안수준을 갖춰야 하며, 사이버 보안이 디지털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날 행사에서는 정보보호 향상에 이바지한 금융회사 CISO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했다. 고정현 우리은행 상무, 곽병주 신한금융투자 상무, 전성학 현대카드 상무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NH투자증권이 인하우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본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분사 카드’를 내밀며 증권사 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NH투자증권 신설법인 설립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NH헤지’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NH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전문 사모운용사 라이선스를 신청했다.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 본부장은 “오는 9월 말을 목표로 분사를 진행 중”이라며 “45명의 헤지펀드 본부 직원이 그대로 새로운 회사로 옮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설법인 대표를 최종적으로 누구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2016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NH투자증권은 현재 7000억원 규모의 펀드 ‘NH앱솔루트리턴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만 운용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다른 증권사 헤지펀드와 달리 열 가지 멀티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이다. 최소 가입금액이 50억원이며 개인은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49인 이하의 규정에서 자유로워 지금까지 개방형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신설법인인 NH헤지의 첫 번째 목표는 이 펀드의 수탁액을 1조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1조원이 넘어서면 소프트클로징(판매 중단)을 하고 멀티전략 중 2~4가지만 사용하는 펀드를 새롭게 만들어 기관투자가들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증권사 간 경쟁 치열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 본부를 분사하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6조5720억원이었던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5월 31조6035억원으로 네 배 넘게 급성장했다.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 등도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로 덩치를 불려온 두 회사는 올해부터 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헤지펀드 시장 1위(운용 잔액 기준)에 올라선 신한금융투자는 올 들어 대체투자, 주식 전문가 등 5명을 채용하고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이달 레포전략(단기채권형) 펀드에 공모주를 가미한 공모주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3분기 안에는 롱쇼트전략, 메자닌, 기업공개(IPO) 등 멀티전략을 활용한 주식형 펀드도 선보인다. 최문영 신한금융투자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올해 안에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해외부동산, 인프라 펀드 등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교보증권 역시 5월 미국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채권을 모아 유동화한 뒤 판매하는 대체투자펀드를 선보이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쌓은 주식형펀드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도 준비 중이다.김창현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장은 “채권과 함께 공모주를 담은 펀드를 출시해 35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다”며 “홍콩 등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시장이 갈수록 커져 증권사 간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